국내 상장사 17%가 이익으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한계기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 금리 인상 등으로 6년 만에 한계기업 비중이 무려 8.2%포인트나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5%에 달했다고 22일 밝혔다. 2016년 9.3%였던 이 비율은 6년 만에 무려 8.2%포인트 증가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의 부진이 뚜렷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율은 2016년 9.3%로 같았지만 지난해에는 코스피 11.5%, 코스닥 20.5%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코스피의 한계기업이 2.2%포인트 느는 동안 코스닥은 11.2%포인트나 늘었다. 코로나와 고(高)금리라는 외부 충격에 코스닥 기업이 더 취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체 상장사 중 3분이 1에 가까운 30.8%는 ‘일시적 한계기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 한계기업은 당해 연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다.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코로나 확산 전인 2018년까지는 20%대에 머물렀으나 2019년 31.9%로 높아진 후 2020년 최대치인 34.6%까지 치솟았다. 이후 코로나 위기가 잦아들면서 점차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계기업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지난해 기준 사설 시설 관리·사업 지원·임대 서비스업(30.4%)이었고 이어 운수 및 창고업(25.8%),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5.0%), 도매 및 소매업(23.2%), 정보통신업(16.8%), 제조업(16.4%), 건설업(15.5%), 금융 및 보험업(3.5%) 순이었다. 운수 및 창고업은 2016년 6.5%에서 지난해 25.8%로 19.3%포인트 올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건설업의 경우 2016년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6.9%포인트(8.6%→15.5%) 급등했다.
한국은 주요 5개국(G5,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에 중국을 더한 전 세계 핵심 7개국 중 상장사 한계기업 비율이 세 번째로 높았다. 2021년 기준 한국(16.5%)은 7개국 중 미국(20.9%), 프랑스(19.2%)에 이어 3위였다. 같은 해 기준으로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30.7%) 또한 미국(33.5%) 다음으로 높았다. 2016~2021년 한계기업 비율 상승 폭으로는 미국(12%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2020년부터 확산한 코로나19, 급격한 금리 인상, 최근의 경기 악화 등이 한계기업의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안정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