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의 유탄을 맞은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한 달 만에 9조 원 넘게 증발했다. 검찰이 라덕연 호안 대표 일당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개인들이 급락을 기회로 이들 종목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가스(017390)·대성홀딩스·삼천리(004690)·하림지주(003380)·다우데이타(032190)·선광·세방(004360)·다올투자증권(030210)·CJ(001040) 등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8조 8234억 원으로 집계됐다. 폭락 사태 발생 직전인 지난 달 21일 18조 1116억 원에서 9조 2881억 원이 쪼그라든 것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 달 24일부터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반대매매 물량에 하한가 행진을 지속하는 등 단기에 폭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대성홀딩스의 시가총액이 83.12% 떨어져 가장 낙폭이 컸다. 지난달 21일 2조 932억원에 달했던 대성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3531억 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선광(82.91%)·서울가스(80.66%)·삼천리(78.80%)·세방(63.36%)·다우데이타(62.57%)·하림지주(44.81%)·다올투자증권(19.58%)·CJ(17.20%) 등의 순이었다.
폭락 사태 관련 종목 중 가장 낙폭이 적었던 다올투자증권은 다올 주가가 6000원대에서 3000원대로 급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2대 주주가 등장하면서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한 김기수 씨와 친인척 최순자 씨,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법인 순수에셋이 주식 402만 949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이들의 총 보유 주식은 697만 949주로 늘어나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다음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키움증권(039490)의 시가총액 역시 같은 기간 2조 7451억 원에서 2조 4856억 원으로 9.45% 줄어들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10만 4000원대였던 키움증권의 주가는 한때 8만 원대까지 떨어진 후 최근 9만 4000원대를 겨우 회복했다. 올 1분기 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음에도 폭락 사태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김 회장의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논란을 빚은 다우데이타 역시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6243억 원에 그쳤다.
해당 종목들의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이 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단기 급락 후 일시적 반등을 노린 매매 형태로 분석된다. CJ를 제외한 9개 종목 모두 개인은 순매수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 회복 속도는 더디다.
한편 폭락 사태와 연관 있는 종목들 가운데 선광, 세방,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삼천리 등 5개 종목이 지난 18일 KRX300에 신규 편입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거래소는 "KRX300 지수 종목 선정 기준은 일 평균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라며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기계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9일 주가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라 대표와 핵심 일당 등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종목에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부터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키움증권에 이어 하나증권과 교보증권에 대해 불건전 차액결제거래(CFD)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18개 증권사 모두 전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신탁과 랩어카운트 운용 실태를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을 정해놓고 채권을 매매하는 통정 거래 관행을 살펴보면서 CFD 문제까지 함께 들여다보기 위한 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