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혈투 끝에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전략적 의미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함락은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가운데 봄철 대반격의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들은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지휘관 다수는 현재 바흐무트 지역의 90%를 러시아가 차지한 상태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이날 자국군이 잔류 중인 바흐무트 외곽 일부를 “유의미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전황이 바뀔 경우 다시 도시 중심부로 진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7월부터 바흐무트를 공략하는 동안 발이 묶여 다른 방향으로의 진격을 허용하지 않았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측면에서 저항을 지속해온 데 대해 “러시아군이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을 계속 할당하도록 몰아세웠다.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 지휘부가 의도한 것”이라고 짚었다.
서방에서는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세계 제2의 군사강국이라는 러시아는 전략적 가치가 없는 자그마한 탄광촌을 장악하려다 엄청난 자원이 고갈되고 병사 수만 명을 잃게 됐다”며 “치열한 전투에서 이겼을지라도 이는 아주 작은 승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항전 덕에 러시아군의 진을 빼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군의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위한 환경도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