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 비중이 6년 사이 2배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총 2347개 상장사 중 한계 기업이 17.5%에 달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계 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연속 계속된 기업이다. 2016년만 해도 9.3%였던 한계 기업 비중은 지난해까지 8.2%포인트나 급증했다.
고용과 투자 촉진에 쓰여야 할 금융 자원이 부실 기업으로 쏠리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경기가 악화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자칫 연쇄 부도 사태라도 벌어지면 금융 시스템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연체율이 4월 말 기준 평균 0.304%로 1년 전보다 0.115%포인트나 치솟는 등 금융권에는 이미 노란불이 들어왔다.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금융 지원이 올 9월 종료되면 한계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 부채의 20% 이상이 한계 기업에 집중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한계 기업의 부실 폭탄이 잇따라 터지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 기업과 초저금리 대출로 연명해온 부실기업을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가 시급하다. 당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좀비 기업에 밑 빠진 독마냥 자금을 계속 공급하는 것은 국가 자원 낭비이다.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하는 좀비 기업에 대해서는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구조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반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악화했지만 잠재적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도록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들을 질서 있게 퇴출시키되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여 재도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경기 침체 속에서 고전하는 기업들을 살려내려면 무엇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