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했다. 제발 집을 팔아 나를 요양원으로 보내 달라.“
연고 없이 혼자 사는 80대 여성의 집에 가족도 아니면서 십수년 눌러살며 폭행을 일삼은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워낙 오랜 기간 한집에서 살아 이웃들도 전혀 남성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여성이 파출소를 찾아가 이같이 신고하며 남성의 뻔뻔한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노인학대, 퇴거불응, 상해 등 혐의로 A씨(65)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양평군 80대 여성 B씨의 집에 10년 넘게 살면서 나가 달라는 말을 무시하고 B씨를 폭행하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고령인 데다가 청각에 문제가 있어 정확한 시점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경찰은 A씨가 10여 년 전에 공공근로를 하며 집수리 사업 등에 투입됐다가 B씨의 형편을 알게 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추정한다.
A씨는 2016년부터 B씨의 조카 행세를 하며 B씨 집에 전입신고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입신고에는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B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만약 A씨가 B씨의 인감 등을 도용해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민등록법의 공소시효는 3년이라 A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카라고 전입신고를 했지만 A씨는 대외적으론 B씨와 사실혼 관계라는 주장을 하고 다녔던다. 오랜 기간 얼굴을 본 이웃 주민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A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지난 3월 B씨가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직접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신고 당시 B씨는 갈비뼈가 3개나 부러진 상태였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치료 등을 명목으로 B씨를 분리 조치한 뒤 A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A씨가 무단으로 B씨 집에 살며 B씨를 학대해 온 정황을 파악,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18일 A씨를 구속했다.
체포 당시에도 A씨는 B씨와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장애 등으로 의사 표현이 어려워 장기간 피해를 본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일부 범행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으나 면밀히 수사하여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