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에서의 경찰 대응에 대해 ‘소극적 대응’ 혹은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이 폭행·협박을 당해도 피해 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물리적 접촉이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낙인찍혀 결국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무딘 공권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19일 서울 노원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40대 여성이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여성의 발에 차여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경찰은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제압해야 하지만 성추행 신고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모 경찰관은 “검거해야 하는 피의자가 여성일 경우 무조건 여성 경찰관의 지원을 받아서 나간다”며 “애초에 남성 경찰관이 여성 피의자와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는 일선 파출소 경찰관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집회 현장 질서유지에 나선 경비 경찰들에 대한 폭행과 협박도 비일비재하지만 실제 입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집회에서 카메라로 채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가해자를 특정하기 힘들고 증거 자료 수집이 어려워 넘어가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또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이 위협받더라도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테이저건·진압봉 등 도구를 사용하기 망설여진다는 증언도 나온다.
경찰은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사건 현장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주취자, 마약 투약자 등 정상적인 의사 판단이 어려운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는 경찰관들의 안전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21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한 해 평균 1만 2906명의 공무 집행 방해 사범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2021년 1~11월 경찰관을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은 총 7001건 중 5825건으로 83%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5년간 공무집행방해죄로 검거된 인원 5만 6262명 중 구속된 인원은 3129명(5.5%)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심 법원이 처리한 공무 집행 방해 사건(2020년 기준)을 보면 실형이 선고된 1242건 가운데 45.7%가 집행유예, 31.5%가 벌금형 선고에 그쳤다. 경찰관이 피해를 봐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심리가 사건 현장에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피해 경찰관들도 당당하게 피해를 알리고 보호받을 수 있다”면서 “법적·제도적 보호조치가 잘 이뤄져야 현장에서 공권력이 보다 잘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