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국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차익거래유인이 확대되자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을 중심으로 단기외채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한 분기 만에 다시 40%대를 돌파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차지하는 만큼 대외지급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24일 한은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비율이 40.8%로 전 분기 말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단기외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41.1%에서 4분기 39.3%로 소폭 낮아졌으나 올해 1분기에 다시 40%를 돌파했다. 과거 10년 장기 평균 33.6% 대비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6.1%로 전 분기 말 대비 1.1%포인트 올랐다.
단기외채비율이 상승 전환한 것은 준비자산이 29억 달러 늘어나는 동안 단기외채가 72억 달러 증가했기 때문이다. 단기외채는 예금취급기관의 차입(84억 달러)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SVB 사태 이후 국내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단기외채가 유입된 것이다. 4월엔 차익거래유인이 다시 해소되면서 단기차입이 줄고 있다. 한은은 차익거래유인에 따라 단기차입이 움직인 만큼 외화자금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이 7730억 달러로 전 분기 말 대비 17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외금융자산이 2조 2004억 달러로 317억 달러 늘어나는 동안 대외금융부채가 1조 4274억 달러로 300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내국인의 증권투자가 거래요인(92억 달러)과 글로벌 주가 상승에 따른 비거래요인(275억 달러)이 모두 반영된 결과다. 반면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거래요인이 58억 달러에 그쳤으나 국내 주가 상승 등 비거래요인이 339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는 거래요인(-23억 달러)과 비거래요인(-54억 달러) 모두 감소해 77억 달러 줄었다.
유복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우리나라는 GDP의 40%가 넘는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순대외채권국인 데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