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박지원(81)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69) 전 국가안보실장이 재임 시기 국정원 산하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 직원을 부정하게 채용한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현재 ‘탈북 어민 강제 송환’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은 추가로 채용 비리 의혹에도 휘말리게 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본청의 국정원장 비서실장실과 기획조정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두 전직 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채용 관련 서류 등 자료 일체를 압수해 조사할 방침이다. 서 전 실장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박 전 원장은 2020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경찰은 이들이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전략연에 측근의 취업을 청탁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올해 초 문재인 정부 시기 인사 업무를 자체 감사하던 중 이들이 재량권을 남용해 직원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 전 원장은 2017년 8월 전략연 채용 기준에 미달한 조 모 씨를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서 전 원장이 전략연 인사 복무 규칙 변경을 지시하고 변경된 규칙을 토대로 조 씨를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연에 입사한 조 씨에 대해서는 전략연 내에서 공금 등을 횡령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8월 자신의 보좌진 출신 인사 2명을 정당한 추천 절차, 서류 심사, 면접 등을 거치지 않고 전략연 연구위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박 전 원장이 채용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을 원장의 직권을 남용해 채용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왜곡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으나 지난달 3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전 원장도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