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조 실장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문 정권의 대외정책을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고 규정하자 김 의원이 이를 문제 삼았다.
조 실장과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회운영위가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반년만에 처음이다.
조 실장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최근 윤 정부의 외교 행보로) 대한민국 안보에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며 “3축 방어 체계는 날로 고도화되고 있고 몇 년 동안 중단됐던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해 실전처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제 정세의 변화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서 국익을 지킬 것”이라며 “이제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평화가 아닌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 세대들이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할 것” 강조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라는 조 실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안보실장의 인사말에 거짓말이 있다”며 “저 역시 39년 동안 군복을 입고 노심초사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은 “왜 돋보이기 위해서 과거를 폄하하고 군을 폄하하느냐”며 조 실장 뒷자리에 앉은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을 향해 “2차장도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았었느냐. 우리가 북한의 선의에 의존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사령관 출신이다.
이에 조 실장은 “거짓말이라고 하시는데 안보실장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저는 가짜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조 실장은 “전임 정부에서 전임 대통령이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국제 사회에 보장하면서 대북 제재 해체를 요청했다”라며 “가짜 평화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한편 이날 운영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직전 불거졌던 대통령실 도청 논란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조 실장은 ‘미국에서는 대통령실을 도청했다고 하는데 인정하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조 실장은 “확인해보니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며 “도청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파악해봐야 결론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