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NYT "中, G7 공동성명 美 동맹국 결집으로 받아들여…러시아와 공조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타스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타스 연합뉴스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요 타깃이 된 중국이 서방에 맞서 러시아와 공조 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G7 정상들은 지난 21일 폐막한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안보, 경제, 인권 등 전방위로 중국을 겨냥한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고,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동중국해에서의 중국 정부의 군사훈련 시도 등 무력 통일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 대응을 천명했고, 티베트·신장·홍콩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을 모두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국가들이 아시아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23일) 러시아 거물 재계인사들을 이끌고 중국 상하이를 방문, 중-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와 교역을 확대해 왔고, 이는 우리의 중요한 친구인 중국에 적용되는 말”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중-러 관계 전문가인 알렉산더 코롤레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부교수는 NYT에 “G7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뿐 아니라 중국 문제와 이에 대한 서방의 대응책이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G7 참석이 서방과 중-러 간 더 명확하고 깊은 지정학적 분열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내놨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 조만간 해빙이 있을 것이라며 다소 유화적인 분위기를 만들려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역내에 분쟁을 유발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결집하려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2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재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미국이 ‘아·태 버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구성을 정당화 하는 것이 중국이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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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중국 전문가인 라일 J.골드스타인은 중국으로선 역사적으로 깊은 적대감을 품고 있는 일본이 이번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것도 언짢은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G7에서 일본이 미국과 결탁해 유럽을 대만 문제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황소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NYT는 중국이 서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스스로 곤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양국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천원칭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서기는 21~28일 7박8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외교를 위한 중국의 특사 격인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도 26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러 협력은 강한 복원력과 잠재력이 있다. 어떤 제3자에 의해서도 방해받거나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 입장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과연 러시아에 압력을 행사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내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중국이 서방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널리 퍼져있다고 NYT는 전했다. 골드스타인도 중국 내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패배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은 배가되고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칭화대 국제 관계 전문가인 류장융은 최근 연구에서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최후 승자가 된다면, 미국-일본-유럽은 다자간 군사 체계를 형성할 것”이라며 “중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 되더라도 국제 안보 환경은 계속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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