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민사 1건 진행하는데 7년 넘게 걸린다. 대법원 사건도 3년이나 흘렀다.”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제기 사건 판결이 언제날 지 모르겠다. 오래된 사건은 대법원에서 5년째 계류됐다.”
26일 오전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1박2일 노숙 집회를 한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들이다. 경찰은 전일 이들이 금속노조와 대법원 앞에서 연 야간문화제를 불법 집회로 보고 강제로 해산했다. 경찰은 철제 펜스를 치고 이들의 대법원 접근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3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법으로 연행됐다. 하지만 이들은 자리를 옮겨 집회를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대법원 앞에서 노숙 집회와 야간문화제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재판 결과가 기약 없는 탓에 법원 앞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국지엠,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가리는 재판 지연을 문제 삼고 정기적으로 집회를 이어왔다. 판결이 늦어지다 보니 판결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 기간도 그만큼 길었다. 한 참석자는 “2021년부터 이 자리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20번 넘게 노숙 농성을 해왔다”고 말했다.
우려는 재판이 언제 끝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집회 강제 해산에 나섰다는 점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 대응이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정부가 사실상 피해를 입은 근로자 보다 재판 당사자인 기업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노동계는 노동 개혁, 건설현장 노조 불법 대응 등 정부 국정 방향에 대한 반감이 깊은 상황이다. 이달 초 건설노동조합 한 간부의 분신 이후 더 극단이 된 노정 갈등은 집회 제한 방침이 뇌관이 될 수 있다.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몇년째 하던 문화제가 하루 아침에 불법집회가 됐 수 있느냐”며 “다음 달에도 대법원 앞에 와서 문화제를 하고 노숙농성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