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파급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주택가격이 점차 조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집값 하락 폭이 축소되는 부동산 연착륙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흐름이 약화되면 오히려 경제 안정에 저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30일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과 최인협 정책총괄팀 과장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블로그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는 근원물가 둔화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 금융·외환시장 불안 재연 우려, 금융불균형 해소 지연 가능성 등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먼저 근원물가 둔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3.7%로 내려온 것과 달리 근원물가는 4% 수준에서 경직적인 모습이다. 근원물가는 지속적인 높은 서비스 가격 오름세 확대, 기조적 물가 지표들의 큰 편차, 유가 충격의 파급 영향 증대 등을 고려했을 때 둔화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의 상·하방 요인이 모두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조건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320원까지 떨어졌으나 부진한 무역수지 흐름이나 미국 중·소형 은행의 불안, 다른 선진국 금리 인상 지속 등 불안 요인이 남았기 때문이다. 홍 국장은 “정보통신(IT) 경기 반등 시기나 중국 경제의 긍정적 영향 파급 정도, 미국 은행 불안의 전개 양상 등에 따라선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선 지난해보다 리스크가 낮아졌으나 경계감을 늦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홍 국장은 이와 관련해 “비은행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비우량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차환 발행은 여전히 여의치 않아 신용·유동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홍 국장은 집값과 가계부채 측면에서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집값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소득 등과 괴리돼 고평가된 상태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중장기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홍 국장은 “최근 집값 하락 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선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해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이고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 운용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홍 국장은 “기준금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증거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되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공개시장운영이나 대출 등 다른 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 시계에서 부동산 연착륙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금융불균형 누증 해소에 주안점을 두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