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미국과 국방장관회담 제안 거절" 악화된 미중관계 또 다른 단면

美,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기간

회담 위해 직접 서한 보냈으나 거부

리샹푸 미 정부 제재 해제 문제 걸려

안보 관련 악화된 양국 관계 보여줘

경제 대화 우선 '전략적 선택' 해석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AFP연합뉴스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에 다음 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 기간 국방장관회담을 제안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2월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한 이래 급랭한 양국 간 관계를 다시 한 번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 국방부는 WSJ에 성명을 보내 이달 초 중국 측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간 회담을 제안했으나 전날 밤 최종적으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이 지난 몇 주간 회담을 성사시키려 노력했으며, 오스틴 장관이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도 보냈지만 결국 중국이 거절했으며, 그 어조도 이례적으로 무뚝뚝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국방부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군사적 연락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굳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부장이 미국 정부 제재 대상이라는 점이 회담에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으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 부장은 2018년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 재직 시절 러시아 전투기를 구매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제재 대상자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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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샹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AP연합뉴스리샹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AP연합뉴스


이른바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는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안보회의로, 아태지역 주요국 국방장관과 군 참모 등 안보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호주 등 아태 국가는 물론 유럽 지역에서도 참석하며, 회의 기간 다양한 공식·비공식 양자 혹은 다자간 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미국은 샹그릴라 대화 기간 자연스럽게 여러 국가 안보 수장들이 모이는 만큼 미중 국방장관회담을 제안했으나 무산된 것이다. WSJ는 “이번에 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는 동남아 동맹국들이 미중 양국 사이에 끼이는 점을 우려할 가능성이 미 관리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미중 관계는 2월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하고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지 말라고 중국에 경고한 이후 악화일로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정찰풍선 사건으로 방중을 연기한 뒤 아직 일정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니컬러스 번스 주중미국대사를 만나 “미국이 힘들게 얻은 미중 관계의 긍정적인 모멘텀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다만 일부 고위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화가 아예 끊어지지는 않았다. 최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워싱턴에서 만났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중국 측 보좌관을 만난 바 있다. 이에 대해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를 중국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며 “중국인은 경제 문제를 다루는 공직자를 상대할 때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느낀다. 따라서 안보 관련 인사보다 우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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