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8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브라질 안팎에서 놀랍다는 반응과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만나 그를 환영했다. 룰라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받고 있는 인권유린 의혹 등을 '정치적 내러티브'라고 일축했고,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상대로 시행한 제재애 대해 "전쟁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지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최근 야권 연합이 와해되면서 국제외교 무대에 복귀했다.
이날 만남은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몰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 아니라 중남미 정치 지형의 격변도 예고했다. 국제 민주주의 및 선거 지원 연구소의 다니엘 조바토 중남미 지역 소장은 "룰라 대통령의 반응은 사실상 마두로 독재정권의 지역 복귀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룰라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는 예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1400마일에 달하는 국경과 아마존 열대 우림뿐 아니라 긴 역사까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룰라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이자 '베네수엘라 사회주의의 창시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미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여러 중남미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만남은 권위주의 타파를 지향해 온 룰라 대통령이 독재정권의 지도자를 열렬히 환영한 셈이어서 놀라움을 사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오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유엔(UN)은 마두로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지만 브라질에서는 그가 화려함과 명예를 모두 갖춘 룰라의 위대한 파트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룰라는 마두로를 환영함으로써 전 세계에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통령 보좌관은 "룰라가 2011년에 대통령에서 물러났을 당시 (베네수엘라를 이끌던) 차베스 정부는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혼재된 모습이었다"라며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의심할 여지 없는 독재 정권이다. 그런데도 룰라는 이 점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국내 정치보다는 국제 외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브라질 현지 매체에 따르면 룰라는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국제 지도자들을 30번 만났지만 의회 지도자들은 9번 만났다. 게툴리오 바르가스 재단의 정치학자 올리버 스투엔켈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룰라의 발언은 (중남미와 서방을 잇는) 가교를 지향하는 브라질의 목표를 애매모호하게 만든다"며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지역적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 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