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응해 서울시가 발송한 위급재난문자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잘못 발송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재난문자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며 실수를 일부 사과했지만 이번 기회에 재난문자 발송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32분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하면서 9분이 지난 6시 41분에 위급재난문자로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22분이 지난 7시 3분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린다’는 위급재난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행안부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에 보낸 경계경보 지령을 서울시가 잘못 해석해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는 이날 오전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로부터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수신했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지령에 나온 ‘경보 미수신 지역’은 백령도 백령면과 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의 경우 자체 경보를 발령하라는 의미였다”며 “서울시가 방송을 수신한 것은 지령 방송이 전국 17개 시도에 공통으로 보내는 자동 송출 체계에 따라 작동한 것이고 서울시를 제외한 경기도와 인천시 등 다른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판단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경계경보를 발령한 뒤 9분이나 지난 시각에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도 논란이다. 북한이 초음속 또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확보한 상황에서 9분은 수도권이 충분히 타격권에 들어가고도 남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급재난문자에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 대피소와 관련한 안내가 없어 시민들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재난문자 오발송 사례는 올 들어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월 9일 새벽 강화도 서쪽 25㎞ 해상에서 규모 3.7 지진이 일어났을 때 인천을 포함해 진원지에서 떨어진 서울과 경기 전체에 재난문자가 발송돼 주민들이 자다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4월 28일 오후 9시 38분께에는 서울 종로구가 지진 발생을 알리는 재난문자를 보냈다가 얼마 뒤 이를 정정했다. 재난 대응 훈련을 하던 중 직원 실수로 재난문자가 발송됐다는 게 종로구의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재난문자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5년 도입된 재난문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위급·긴급·안전으로 나눠 발송한다. 위급문자(전시 상황, 공습경보, 규모 6.0 이상 지진 등 국가적 위기), 긴급문자(태풍이나 화재 등 자연·사회 재난), 안전안내문자(겨울철 안전 운전 등 안전 주의가 필요한 경우)로 구분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재난문자는 제때 발송되지 않고 오발송되는 사례가 많아 국민들의 피로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9년까지 연평균 414건이 송출됐던 재난문자는 2020~2022년 연평균 5만 4402건으로 약 131배 늘었다. 행안부는 25일부터 시·군·구 단위로 발송하던 재난문자를 읍·면·동 단위로 송출 권역을 세분화해 보내기로 했지만 재난문자 발송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새벽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들께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경위를 파악해보니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에서 행안부의 경보 발령을 전파받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민방위경보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 문자를 발송했다”며 “이번 일로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