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직전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비상구를 강제로 연 30대 남성이 당초 기내에서는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중 하나로 여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의 OZ8124편 항공기는 26일 오전 11시 40분 제주공항을 이륙해 낮 12시 45분에 대구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착륙을 준비하던 낮 12시 35분경 약 700피트(약213m) 상공에서 피의자 이모씨(33)가 갑자기 앉은 채로 비상구 레버를 당겨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씨가 비상구를 여는 순간의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옆자리에 앉았던 승객을 비롯해 주변 탑승자와 승무원 중 누구도 이씨가 출입문 레버를 조작하는 것을 직접 보진 못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씨는 착륙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문 옆 벽면에 매달렸고, 이를 본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이씨가 겁에 질려 뛰어내리려 한 것으로 보고 그를 붙잡았다. 당시에는 비상구가 열린 것을 목격한 후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 이씨의 옆자리에 앉았던 이윤준씨(46)도 “당시에는 문이 열리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겁을 먹어서 뛰어내리려 했다고 착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항공기가 12시 39분께 착륙한 뒤 객실 승무원이 이씨를 대구공항에 상주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에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손님이니 돌봄이 필요하다’면서 인계했다. 이후 이씨는 직원에게 ‘승객이 비상구 출입문을 열면 불법이냐, 출입문 레버를 누르면 어떻게 되느냐’ 등의 질문을 했고, 이를 수상히 여긴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26일) 이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출입문을 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긴급체포했다. 이어 28일 법원은 범행이 중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피의자가 경찰에 넘겨지기 전까지 제지 없이 공항을 빠져나와 홀로 있던 순간은 없다”면서 “기내에서 피의자가 문을 열었다는 걸 인지했다면 바로 제압해 내리는 즉시 경찰에 인계했겠지만, 어떻게 문이 열렸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붙잡아 둘 수는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