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넥스트 팬데믹, 코로나보다 심각할수도…지속가능한 '감염병 플랫폼' 구축 필요"[서울포럼 2023-첨단바이오 시대 열자]

■ 기조강연 : 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교수

美, 5년간 4.5조 투자 등 대비

韓 생명공학 강한 잠재력 갖춰

첨단 바이오 선도 가능성 충분

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3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에서 미래 팬데믹과 지속가능한 첨단바이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3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에서 미래 팬데믹과 지속가능한 첨단바이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한국이 백신·치료제 분야에서 후발주자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이 보유한 우수한 수준의 과학기술을 활용한다면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프리 글렌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 기조강연에서 “미래에 발생할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첨단바이오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지원, 다양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갖춘 한국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글렌 교수는 ‘미래 팬데믹과 지속 가능한 첨단바이오’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코로나19는 오랜 시간 바이러스로 고통받아온 인류에게 경종을 울렸다”며 “바이러스 전염은 점점 가속화하고 있고 또 다른 팬데믹이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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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적인 ‘팬데믹 대응 항바이러스 프로그램(APP)’을 가동하는 등 지속 가능한 첨단바이오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같은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항바이러스제와 표적 약물 개발 등을 위한 지속 가능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며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APP는 미국 전역에 분포한 팬데믹예방감염병예방센터(AViDD)들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APP를 가동해 향후 5년간 4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상황이지만 또 다른 코로나19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본 것이다.

스탠퍼드대에서 소화기내과 및 간장학, 미생물 및 면역학과를 담당하는 글렌 교수는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항바이러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그는 스탠퍼드 AViDD의 ‘SyneRx’를 이끌고 있다. SyneRx는 글렌 교수가 책임자로 활동하는 스탠퍼드 차단 방역 및 팬데믹 대비 이니셔티브인 ‘ViRx@Stanford’의 일환이다. ViRx@Stanford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약 1조 1700만 달러를 지원받아 항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몽골·베트남·브라질·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지역 특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글렌 교수는 한국 역시 과학기술의 전문성이 우수한 만큼 미래 전염병에 대응하는 바이오 기술력을 개발할 중요한 기회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은 진단, 감염자 추적, 감염 통지, 마스크 착용 조치 등에서 훌륭한 역량을 보였으나 개발한 백신·치료제는 없었다”며 “한국은 강력한 생명공학 잠재력 등 과학기술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 미래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백신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디지털 인공지능(AI) 기술과 융복합하는 첨단바이오 시장은 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글렌 교수는 한미 양국이 첨단바이오 산업에서 상호 협력해 퍼스트무버가 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ViRx@Stanford’ 등에 참여한다면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한미 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팬데믹 대비와 관련된 핵심 분야에서 한국의 전문성을 활용한다면 미래에는 팬데믹에 가장 먼저 대응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적응증 관련 신약을 출시하는 동시에 향후 필요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기술 구현은 일반 기술보다 훨씬 오래 걸리지만 보상도 그만큼 크다”며 “다음 팬데믹이 세계를 황폐화시킬 때 최대한의 영향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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