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發) 수출 부진으로 4월 제조업 재고율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품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은 전달보다 13.2%포인트 올라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130.4%를 기록했다. 재고율 급등은 경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리는 대표적 신호다. 실제로 4월 생산은 전월보다 1.4% 감소해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꺾였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2.3% 하락했다.
가뜩이나 수출 위기가 심각한데 고물가, 고금리, 가계 부채 부담으로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으니 올해 경기는 정부가 기대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는커녕 ‘상저하저(上低下低)’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고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나랏돈을 마구 풀 수도 없다. 이미 60조 원가량의 적자 국채 발행을 상정해 올해 예산을 편성한 마당에 올해 1~4월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4조 원이나 적은 134조 원에 그칠 정도로 세수 펑크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 돌파구는 위기의 진앙인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필두로 수출이 늘고 기업이 활기를 찾아야 생산·소비가 살아나고 이는 더 큰 투자의 마중물이 돼 경기를 되살리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출과 기업 활동을 촉진할 장단기적인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조금이라도 기업에 도움이 될 비상 지원책을 발굴해 조속히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발목에 묶인 모래주머니 같은 규제를 타파하고 노동과 자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첨단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한시가 급한 과제다. 때마침 여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 분야의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이 사내대학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미래 산업을 이끌고 갈 인재 육성의 필요성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회는 초당적으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