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샷을 하고 있는 최경주. 오른손으로 클럽을 놓친 상황에서도 왼손목의 각도는 유지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아마추어 골퍼에게 벙커는 공포의 대상이다. 몇 차례 샷으로도 탈출하지 못해 애먼 웨지로 모래를 강하게 내려찍으며 화풀이를 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실수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충분한 거리나 탄도를 만들지 못해 벙커 턱을 넘지 못하거나 반대로 ‘홈런’을 쳐 그린 반대편 벙커나 러프에 빠지는 경우다.
최경주는 누구나 인정하는 ‘벙커 샷 달인’이다. 어린 시절 고향인 전남 완도의 명사십리 해변에서 피나는 연습을 한 덕분이다. 최경주는 평소 “물에 빠지면 그냥 죽음이다. 어쩔 도리가 없으니 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하지만 벙커를 두려워해 자꾸 피하면 절대 큰 선수가 될 수 없다”며 벙커 샷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경주가 말하는 벙커 샷의 핵심은 스윙을 하는 동안 왼쪽 손목의 각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5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개막에 앞서 열린 이벤트 경기 채리티 오픈 10번 홀에서 보여준 최경주의 벙커 샷은 그의 지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른손으로 클럽을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왼쪽 손목의 각도는 고정돼 있다.
“손목을 절대 돌리면 안 돼요. 벙커 샷은 클럽의 바운스(헤드 아래 불룩한 부분)를 이용해 치는 건데 손목을 돌리면 바운스 각도가 변합니다. 퍼 올리려고 손목을 열면 볼 허리나 머리를 때리는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고, 손목을 닫으면 모래에 클럽이 파묻힐 수 있어요.”
백스윙을 할 때는 클럽을 바깥쪽으로 들어 올렸다가 안쪽으로 휘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경주는 의도적으로 깎아 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과도한 아웃사이드-인 스윙을 하면 볼이 충분히 떠서 날아가지 못하고 바로 앞에 떨어져요. 왼발을 뒤로 뺀 오픈 스탠스를 취한 뒤 클럽을 안쪽으로 뺐다가 목표 방향으로 쭉 휘둘러주면 됩니다. 가슴도 멈추지 말고 깃대 쪽으로 돌려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