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하원의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찬반 투표를 앞두고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3%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61%, 0.41% 떨어졌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연 3.62% 선까지 하락했습니다.
중국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로 전망치를 밑돌면서 아침부터 투자 심리가 좋지 않았는데요. 이날 나온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강함을 재입증하면서 추가 긴축 압력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금리인상을 6월에 건너 뛰는 ‘스킵(skip)’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금리인상 전망치가 널뛰기를 했죠. 추가로 이날 밤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안이 314 대 117로 하원을 통과했는데요.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하원에서 안이 넘어오는 대로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오늘은 노동시장과 연준 인사 발언, 기준금리, 증시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실업자 대비 구인건수 1.66배→1.79배로 다시 상승”…“제퍼슨, 스킵 땐 더 많은 데이터 볼 수 있어 6월 인상확률 20%대→70%”
먼저 4월 구인건수부터 보죠. 이날 나온 4월 구인건수는 1010만3000건으로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940만 건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월가 예측치 상단보다도 많았는데요. 3월 수치는 959만 건에서 974만5000건으로 상향 조정됐는데요.
1월(1056만3000건) 이후 1000만 건 아래로 내려왔던 구인건수는 이번에 1000만 건을 재돌파했습니다. 3월 약 1.66배까지 낮아졌던 실업자 대비 구인건수도 다시 약 1.79배로 뛰었는데요. 실업자 대비 구인건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3월의 최고 수준 2배에서는 내려왔지만 코로나19 이전 1.2배에 비하면 한참 강하죠.
확실히 구인건수를 보면 둔화하던 노동시장이 다시 강해지고 있음이 드러나는데요. 일자리 업체 로버트 하프의 던 파이 사장은 “(노동)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노동시장은 매우 잘 움직이고 있다”며 “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모두가 계속 채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숙박과 음식 서비스가 114만 건으로 전달(122만 건)에 비해 8만 개 감소했지만, 소매(20만9000개)를 비롯해 헬스케어 및 사회적 도움(18만5000개), 건설(6만8000개), 금융 및 보험(6만3000개) 등에서 구인공고가 증가했는데요. 경기에 민감한 건설과 금융 등에서 사람을 찾는 건수가 많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특히 3월에 184만5000건으로 증가했던 해고 건수는 4월 158만1000건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라이언 스위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JOLTs 보고서의 응답률 저하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해고가 이뤄지면 매우 짧은 시간 내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6월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이날 구인공고 자료가 나온 오전10시 이전, CME 페드워치의 6월 0.25%포인트(p) 금리인상 확률이 61% 수준이었는데 자료가 발표된 뒤 71%대로 올라갔는데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올리비에 블랑차드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노동시장이 둔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반대의 지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약간 상반된 신호도 일부 있었는데요. 자발적 퇴사는 4월 379만3000건으로 한 달 새 4만9000건 감소하면서 퇴사율 2.5%로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습니다. 스스로 나가는 사람들이 적어진다는 것은 새 직장에 대한 자신감이 적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스튜어트 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구인보고서는 연준이 노동시장을 지속적으로 냉각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할 일이 더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도 “자발적 퇴사율이 2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데 이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는 많지만 더 높은 임금의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데 덜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이 다시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 듯하다”고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부의장으로 내정된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의 말 한 마디가 분위기를 싹 바꿔 놓았습니다. 180도 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는 이날 “다가오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한다는 결정이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에 도달한 것이라고 해석되면 안 된다"며 “사실상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건너 뛰는 것(skipping)은 위원회가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긴축을 할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퍼슨을 부의장으로 지명한 만큼 그의 발언은 일반 이사의 무게감과는 다른데요. 그의 언급 뒤 CME 페드워치상 6월 동결확률이 한때 다시 70% 선으로 뛰어올랐습니다.
베이지 북 “성장 전망 다소 약화 뉴욕은행 신용 지속적으로 타이트해져”…“래리 핑크, 연준 금리 2~4번 더 올릴 수 있어”
제퍼슨이 스킵 얘기를 다시 꺼낸 건 그럴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망이 한쪽으로 쏠리니 이를 관리하려고 했을 수도 있지만 생각도 없는 걸 굳이 말할 이유가 없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이날 “우리가 스킵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는데요.
제퍼슨 이사는 “나는 올해 남은 기간 지출과 경제성장이 꽤 둔화할 것으로 본다”며 “기준금리를 5%p 올린 뒤 15개월은 조심할 이유들이 있다. 역사는 통화정책이 길고 가변적인 시차가 있음을 보여주며 1년은 그 효과가 완전히 드러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6월에 한 번 쉬면서 상황을 보자고 하는 이유는 이날 나온 베이지 북에서 근거를 일부 찾을 수 있는데요. 베이지 북은 “소비자 지출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안정적이거나 더 높았고 레저 및 접대 서비스 지출이 증가했지만 향후 성장 전망이 약간 나빠졌다”며 “상업용 건설과 부동산 활동은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금융시장 상황이 비슷하거나 어느 정도 타이트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 대출 연체가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금융과 은행 핵심 지역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경우 “광범위한 금융시장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며 “지역은행들은 지속적으로 신용조건이 타이트해지고 있으며 대출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 같은 금융시장, 하반기에 신용긴축이 올 수 있는 상황을 연준 지도부가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제퍼슨도 “상업용 부동산의 일부 약세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집중도가 높은 기관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는데요. 찰리 샤프 웰스 파고 최고경영자(CEO) 역시 “우리가 도시별로 부동산별로 우리의 대출 정도를 볼 때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난 번 ‘3분 월스트리트’에서 1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생각보다 금리를 많이 올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 뒤 나온 국내총생산(GDP)과 실업수당 청구건수,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탓에 6월 금리인상 확률을 꽤 높게 봐야 하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 제퍼슨이 나서면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폭등하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스킵(skip)’에 무게를 둘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파월과 지도부의 생각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서 같은 한 표가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새겨야겠죠.
그럼에도 1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생각보다 금리를 많이 올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 뒤에 나온 데이터가 연준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금리인상 요구가 비등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킵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긴축의 정도가 세질 가능성이 있는데요.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끈적끈적하다”며 앞으로 연준이 2~4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씨티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2번 더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죠.
이 부분은 결국 은행의 신용긴축 정도가 정할 겁니다. 그 수준에 따라 인플레이션과 고용,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데이터만 보면 연준에 크게 유리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최종 수치를 봐야 하지만 1일 나올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5000건으로 전주(22만9000건)보다 약간 늘어나는 정도인데요. 최소 2주 이상 신청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80만 건으로 예상돼 전주(179만4000건) 대비 크게 증가하는 건 아니죠.
2일의 고용 보고서 전망치도 그렇습니다. 월가는 19만5000개 증가로 4월(25만3000개)보다 5만 개가량 적을 것으로 내다보지만 전망보다 실제 수치가 클 때가 많았고 여전히 10만 대 후반인데요. 실업률 3.5%와 시간당 평균 임금 전월(0.3%)과 전년(4.4%) 예상치 또한 연준의 내부 기대치보다 높습니다.
보우먼 “집값 반등세 임대료·물가에 안 좋은 소식”…“하원 이어 미 상원 부채협상안 최대한 빨리 처리”
서비스와 노동, 인플레이션 강세가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도 여전한데요. 1일 나올 미국의 5월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0으로 4월(47.1)에 이어 계속 50을 밑돌 것으로 보이지만 5일로 예정된 ISM의 5월 서비스 PMI는 52.5로 4월(51.9)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확실히 서비스가 좋긴 한데요. 아메리칸항공은 강력한 여행 수요와 낮은 항공유 가격에 2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존의 1.20~1.40달러에서 1.45~1.65달러로 높여 잡기도 했습니다.
집값 부분도 걱정스러운 부분이긴 합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우리는 임대 계약이 갱신되면서 더 낮은 임대료가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주택 시장이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를 보면 3월 주택가격이 전년보다 0.7% 높았습니다. 이날 나온 베이지 북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용 부동산 활동이 늘고 있다고 보고 했는데요. 집값이 살아나면 임대료도 하락을 멈출 수 있고 이는 인플레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파월 의장의 발언 뒤 강한 경제지표에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으나 △무게감이 큰 제퍼슨 이사가 스킵으로 방향 재설정 △5월 CPI 과도하게 높지만 않다면 스킵으로 갈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의 데이터 좋지는 않아 향후 은행 부문 상황 진전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폭 결정. 커질 수도 있음 등입니다.
증시 상황 더 보죠. 1950년 이후 6월의 S&P500 수익률이 0.1%인데 다른 모든 달의 평균은 0.72%라고 하는데요. 계절적으로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데요. 일부는 최근 랠리에 허를 찔렸고 몇몇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옵션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제레미 비엔 무 포인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디렉터는 “많은 이들이 상승 움직임을 놓쳐 왔다”며 “그들은 이제 (뒤늦게라도) 참여하거나 더 적은 수익을 내야만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들이 S&P500은 하락 쪽에 베팅하고 있는 반면 나스닥은 상승 쪽에 걸고 있다”며 기술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날 나스닥은 5월을 5.8% 상승 마감한 반면 S&P는 0.3% 정도에 그쳤습니다.
반면 비관적인 목소리도 적지는 않은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기업 가운데 5월에 상승한 종목 수는 약 28%로 1990년 이래 가장 적다고 합니다. 블랭크 쉐인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로버트 쉐인은 “올해 주식시장 랠리의 대부분은 소수의 기술주에 의해 주도됐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강세장이 시작할 때 나오는 모습이 아니”라며 “우리는 다른 부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좁은 폭으로는 (상승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는데요.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도이치뱅크는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미국 은행 연체율은 2024년 4분기에 최고점을 찍을 전망이라고 봤습니다. 미국 대출 연체율이 11.3%(금융위기 당시 12%)까지 오를 수 있고 고위험 채권의 경우 9%(금융위기 당시 15.6%, 미국 테크 버블 때 12.2.%)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아직 월가의 경기침체 전망은 유효합니다. 진입 시점은 올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로 더 벌어졌지만 리스크가 남아 있는데요. 고용과 소비가 지금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거시 요인과 중국을 포함한 외부 요인이 좋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계속 나올 노동과 인플레 지표를 보면서 전망의 틀을 잡아나갈 수밖에 없는데요. 부채한도 문제는 사실상 끝난 만큼 6월 회의의 점도표와 경제전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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