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바이오 산업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급속한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헬스케어 산업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과 융합하면서 과거에는 극복하지 못한 노화와 과다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바이오 석학들은 전통 바이오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우리나라가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경우 미래 바이오 분야를 이끌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롤런드 일링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의료책임자 겸 국제공공부문 보건담당이사는 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 세션에서 “헬스케어에 AI를 활용하면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을 조기 발견하거나 치료 계획을 도울 수 있고 고령 환자의 의료 요구를 사전적으로 예측해 병원에 재입원할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다”며 “이미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AI와 클라우드·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은 빠른 속도로 적용되고 있다. AI로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를 판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90분에서 10분 내로 줄었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는 AI로 잠재적 화합물을 분석한 끝에 치명적 슈퍼박테리아인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을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가 발견됐다.
한국이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발 디지털 전환을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첨단바이오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역설했다. 로넨 세갈 알파타우메디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1인당 연구개발(R&D) 지출 비용이 높은 편”이라며 “혁신을 현실화할 동력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게릿 스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 겸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나노 기술로 질병이 일어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고 부작용을 없애는 등 많은 의약품을 개선할 수 있다”며 “다만 의약품 비용이 높아 정부의 지출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수행하는 데 수반되는 위험을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모르데카이 셰베스 전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이전 부총장은 “정부는 돈만 줄 게 아니라 기업과 함께 위험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도 생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후츠파 정신’으로 글로벌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