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8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로 나타났다. 무역적자 규모가 4개월째 줄어들고 있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한 522억 4000만 달러, 수입은 14% 줄어든 543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적자는 21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73억 4000만 달러로, 이는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의 57.9%다. 이로써 수출은 8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5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자동차(49.4%), 일반기계(1.6%), 양극재(17.3%) 수출이 증가했으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36.2%)를 비롯해 석유제품(-33.2%), 석유화학(-26.3%) 수출은 줄었다. 반도체는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도 중국(-20.8%), 미국(-1.5%), 동남아국가연합(ASEAN·-21.2%), 유럽연합(EU·-3.0%), 중남미(-26.3%), 중동(-2.6%) 등 주요 6대 지역에서 모두 수출이 축소됐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5월 수출이 역대 2위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좋았던 터라 역(逆)기저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은 원유(-16.2%), 가스(-20.2%), 석탄(-35.1%) 등 에너지 수입이 전체적으로 20% 이상 줄어들었다. 에너지 외에 철강(-17.6%), 컴퓨터(-22.9%) 수입도 감소했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적자는 여전해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째 이어졌다. 1995년 1월∼1997년 5월 29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난 후 27년 만에 가장 긴 마이너스 행진이다.
다만 올 1월(-125억 3000만 달러) 이후 무역적자 폭이 4개월 연속 줄어든 점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대체공휴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수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4억 달러를 회복한 점도 고무적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일평균 수출 추이와 조업일수 확대 등을 감안할 경우 이달(6월)에는 무역수지가 상당 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수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1.9%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연간 무역적자도 35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에 대해 “반도체 업황 개선과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지나치게 보수적인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올 하반기 수출 부진이 계속되겠지만 소강상태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전경련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수출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7~1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수출 하락세가 하반기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 지원 확대와 공급망 애로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