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18세이던 시절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해당 남성보다 더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말자씨(77)가 2020년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마지막 재심 촉구 1인 시위에 나섰다. 최씨는 "이 사건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라며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은 평생 죄인이라는 꼬리표로 저를 따라다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낮 12시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한 후 자신과 가족·지인 20명의 자필 탄원서와 시민 참여 서명지 1만5685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최씨는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혐의로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남성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씨는 이로부터 56년만인 지난해 5월 재심을 청구했으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등법원은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라며 이를 기각했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최씨는 이날 제출한 탄원서에서 부산지법의 재심 청구 기각에 대해 "모든 재판에서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법원은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법 체제를 스스로 인정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항소 역시 기각돼 할 말을 잊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대법원 역시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아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사건의 재심을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만 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