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복제약(제네릭) 등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던 중견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인력과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신약 개발에 박차는 가하는 모습이다. 신약 개발은 오랜 임상 기간과 함께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력 있는 대형 제약사와 기술이전으로 신약 개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바이오 기업들이 도전해온 영역이었다.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고 중견 제약사들까지 신약 개발에 힘을 주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005500)은 지난해 68명이던 연구개발(R&D) 인력을 104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연구개발실을 신설하며 이 분야만 27명의 인력을 확보했다. 조직개편은 이수민 삼진제약 연구센터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캘리포니아대학 약리학·독성학 박사 학위를 보유했다. 2004년부터 SK케미칼에서 근무했으며 지난해부터 삼진제약의 R&D를 총괄하고 있다.
삼진제약의 파이프라인은 항암제가 대다수다. 현재 임상 1상 이전 단계의 후보 물질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 센터장 부임 이후 도입한 물질만 10개가 넘는다. 삼진제약은 후보물질 탐색 등에 인공지능(AI)을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활용도 이 센터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현재까지 임상 2상 단계의 과제는 없지만 R&D 역량을 강화해 향후 기술수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JW중외제약(001060)은 올 1분기에만 R&D에 203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5억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늘었다. 작년 한해 동안 611억 원을 투자했는데 올 1분기에만 지난해 3분의 1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과천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R&D 인력을 한 곳에 집중한 만큼 신약 개발에 한층 속도가 날 전망이다. JW중외제약은 현재 STAT3 표적항암제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통풍치료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LBA 전략 중심으로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보령(003850)도 소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신약 개발의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한미약품(128940)·대웅제약(069620) 등 국내 5대 제약사도 신약 개발에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R&D를 총괄하는 박사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 국내 종양내과 분야의 권위자인 김열홍 교수를 R&D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대웅제약은 2021년 50명이던 박사 인력을 지난해 두 배 가량 늘렸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관련 인력을 대거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열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약 개발 → 기술 이전 → 자금 확보→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제네릭 중심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에서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라며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