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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 인터뷰] "조직운영 유방에 배우고…항우는 반면교사 삼아야"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의 저자 한순구 연세대 교수

역사 인물 통해 '게임이론' 설명

유방 적재적소 인력배치에 정통

부하에 배신당한 항우도 배울점

한순구 연세대 교수가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책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한순구 연세대 교수가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책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게임이론 대가로 한 사람을 추천해야 한다면 중국 한나라의 건국자 유방입니다. 그는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형태로 국가조직 시스템을 처음 세웠죠. 중국 이후의 사람들은 이를 따라한 것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유방을 연구했으면 좀 더 잘했지 않았을까요. 임진왜란이 없었을 수도 있고요.”



게임이론을 통해 역사상 인물과 사건 사례를 소개한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삼성글로벌리서치 펴냄)’의 저자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방을 최고로 봤다. 유방은 평민에서 출발해 경제에 소하, 외교에 장량, 군사에 한신 등 각 분야 뛰어난 인재를 유치해 배분하며 국가를 건설했고 이후에는 이들을 숙청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한 인물이다. 숙청을 당한 사람들이야 괴롭겠지만 이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이를 반복했다.

유방과 비교되는 반면교사 사례는 항우다. 저자는 항우에 대해 ‘비협조적 게임이론’을 적용한다. 항우는 일시적으로는 유방을 이기고 중국을 거의 통일할 뻔했지만 자신이 ‘자리’를 마련해 준 부하 및 동맹자들에게 배신당해 몰락한다. 한 교수는 “항우는 자신이 임명한 사람들이 자신을 끝까지 지지할 것으로 여겼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그들에게는 과거의 은혜가 아니라 미래의 이익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항우가 일시적 승리 후 곧바로 논공행상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부하들이 계속 충성하지 않을 수 없게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유방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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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유방 만큼 대외 전쟁보다 권력기반 공고화라는 내치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도요토미를 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다른 점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게임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게임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책은 게임이론을 통해 역사상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했어야 ‘승리자’가 될 수 있었을지 규명하는 내용이다. 게임이론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행위가 상대방의 행위에 미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는 경제이론이다.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이론적 기반을 제시하면서 중요해졌다.

저자는 책에서 중국·일본·미국·고대로마·소련·한국 등 동서고금의 13개의 인물·사건을 제시한다. 그는 “조직에서 밀려났다고 억울해하거나 이겼다고 자만하는 것으로 끝내기는 아쉽다”며 “우리의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길을 찾는다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에서 개인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만약 국가를 보면 어떨까.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에 끼인 한국의 처지 때문이다. 한 교수는 “고려 중기에 새로 부상하는 여진족 금나라와 기존 한족 송나라(남송)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발휘한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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