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들 투자 주저하는데 “수출 긍정 조짐” 낙관론 펴는 경제팀


정부 경제팀이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를 표시해온 데 이어 수출 긍정 조짐론을 들고나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5월 수출은 조업일 감소 등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이 이어졌지만 일부 긍정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출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물론 대(對)중국 수출이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일부 희망적인 신호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5.2% 줄어들었는데도 뚜렷한 근거 없이 ‘긍정 조짐’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적 현실을 감안할 때 추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섣부른 낙관론에 가깝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전 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 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는 탈출했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5.0%나 줄었다. 설비투자 감소 폭은 2019년 1분기 7.6% 감소 이후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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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증폭, 미국의 금리 인상, 노사 대립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탓에 기업들의 활력이 위축됐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면 저성장의 터널에서 빠져나가기 어렵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上低下低)’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미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대외 수출 환경이 다소 개선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수출 호황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수출을 늘리기 위해 민관이 원팀으로 비상 플랜을 가동하는 한편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돌파구다.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려면 기업의 ‘모래주머니’인 규제 사슬을 혁파하고 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표심을 의식하는 표퓰리즘을 접고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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