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1년만에 "주식사자" 12조 급증…법인영업에 대량매수 쏟아져

◆기업 자금도 증시로 유턴

금리인상 종료 시그널 뚜렷해지고

하반기 3000P 기대감까지 더해

랩어카운트서만 22조 넘게 이동

해외주식 신규계좌 5000개 껑충





지난해 하락장을 예상하며 주식 매수 규모를 50조 원가량 축소했던 기업 고객들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회복세를 본격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 여유 자금 운용에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국내 4대 증권사에서 올 1분기에 주식 매수 규모를 전 분기 대비 4조 5000억 원가량, 1년 전에 비해서는 12조 원이나 확대해 증시 수급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 올 들어 1분기에만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신규 계좌도 5000개 넘게 만들어 전반적으로 주식 투자에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4일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증권 등 국내 4대 증권사 기업(법인) 고객들의 1분기 국내 주식 매수액을 집계한 결과 518조 8477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 5000억 원가량 늘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을 통한 기업 매수액이 3조 원가량 증가했고 한국투자증권(8640억 원), 삼성증권(3700억 원), NH투자증권(2998억 원) 순으로 기업의 주식 매수액이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증권 업계도 기업들이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전한다. 기업들은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한 2020년과 2021년 4대 증권사에서 각각 국내 주식을 1978조 원, 2110조 원어치 매수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일반 법인의 주식 매수 규모가 2059조 원으로 전년 대비 50조 4814억 원 감소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법인 영업부에 기업들의 주식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주식 투자 심리를 자극해 ‘대량 매수’ 주문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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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25%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금리 정점론이 부상하면서 올 들어 16.8%가량 올랐고 이달 2일에는 2601.36을 기록하며 1년 만에 2600선을 회복했다. 증시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자 금리 인상기 매력적 투자처로 기업들의 주목을 받은 랩어카운트 상품에서 대규모 환매 러시가 이어지며 이들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랩어카운트(일임형) 잔액은 110조 8247억 원으로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혼란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 대비 16.7%(22조 3534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5월 말(153조 7614억 원) 대비로는 27.9%(42조 9367억 원)나 급감했다.

증권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랩어카운트에서 법인 고객들의 해지 요구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기업어음(CP) 금리가 치솟고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빠른 해지가 가능한 랩어카운트나 신탁 계정 해지에 나선 것이다. 강환구 NH투자증권 강북법인센터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CP나 사모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올 들어서는 랩어카운트나 채권형 신탁에서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이어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기업 고객들에 확산되며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투자 성향이 바뀐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상승 궤도를 그리는 만큼 향후 기업들이 주식에 여유 자금을 더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하반기 300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DB금융투자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3000으로 제시한 가운데 메리츠증권(2500~2900)과 한국투자증권(2400~2800) 등도 호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현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증시 상승세에 한몫할 것”이라며 “장단기 금리 차 확대로 금융장세가 나타날 수 있고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가 진행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4대 증권사에 따르면 1분기 기업 고객의 신규 해외 주식 계좌 수는 5169개로 이미 2021년(1만 611개)의 절반을 넘어섰다. 거래 금액도 증가 추세로 1분기 한 대형 증권사에서 거래 중인 기업 고객들이 해외 주식을 지난해 4분기 대비 1458억 원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 대비 나스닥이 17% 넘게 상승한 가운데 닛케이225지수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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