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버가 “피해자와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모씨의 신상을 공개한 가운데 정작 피해자는 동의한 적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신상공개에 따른 역풍이 다음 주 2심 선고에 악영향을 줄까봐 피해자는 우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해당 유튜버에게 이씨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라며 “(유튜버가) 내게 공개와 관련해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본인의 인터뷰 영상에 대해서도 “추가 범행을 예방하려는 취지로 이씨의 신상 공개를 원했던 것”이라며 “다만 그 방법은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같은 (당위적) 내용을 말했을 뿐, 유튜버가 이씨의 신상을 공개한 사실은 영상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남언호 변호사는 “1심 재판 땐 살인미수 혐의만 다퉜다. 2심에서 DNA 감정 등을 통해 어렵게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고 선고가 코앞”이라며 “피해자로서는 재판부를 자극하거나 여론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사적인 신상공개를 원할 이유가 없다”고 중앙일보를 통해 전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성사무소’는 이씨의 이름과 나이, 주거지, 신장, 전과 등 신상정보가 담긴 9분 분량의 영상을 지난 2일 게재했다. 구독자가 74만명에 달하는 이 채널은 해당 영상 조회수만 5일 오후 5시 기준 500만회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 측에서 지난 3일 “개인정보 침해 신고가 접수됐다”며 48시간 뒤 수익 창출 제한 통보를 내린 것으로 파악돼 해당 영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수익 창출 제한 조항은 유튜브 가이드라인을 침해한 영상, 또 그 영상이 게재된 채널 전체의 영상에 대한 수익을 제한할 수 있다. 카라큘라가 신상 공개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지 않으면 채널 전체의 수익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영상 게재 후 이틀째인 5일 오후에도 해당 영상은 아직 공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영상에는 피해자 A씨의 인터뷰도 담겨 있다. 그는 경찰과 검찰에 수차례 이씨의 신상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튜버는 이 영상을 통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고, 피해자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고심 끝에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피해자 A씨가 이씨의 신상 공개를 원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해 5월 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한 범행이다. 1심에서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에서는 DNA 감식 결과 등 증거 보완에 따라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됐다. 검찰은 2심에서 징역 35년을 구형해 오는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