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韓, 11년 만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북핵 문제 주도권 갖는다

6일 유엔 투표서 3분의 2이상 '찬성'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서도 발언권 가져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국익이 걸린 글로벌 안보·외교 현안 해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정부는 특히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 2년간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유엔은 6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11시 미국 뉴욕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2024~2025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단독 후보로 나선 대한민국은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이는 투표권을 가진 192개 회원국 가운데 투표의 참여한 3분 2 이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대한민국은 1996~1997년, 2013~2014년의 두 차례에 걸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책임지는 가장 강력한 유엔 기구라는 점에서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에 오르는 의미는 작지 않다. 북핵과 사이버 위협 문제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주요 현안에서 발언권을 갖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무게감을 키울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원국들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도 앞선 두 차례의 안보리 진출 당시보다 더 커졌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위치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유엔 분담금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만큼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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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에서 결정되는 사안은 유엔 헌장에 따라 회원국들에 이행 의무를 부여하는 만큼 큰 영향력을 끼친다. 안보리는 이 같은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국제분쟁 조정과 해결 권고 △분쟁지역에 대한 군대 파견 △침략자 경제 제재, 무력 사용 승인 △전략지역 신탁 통치 △유엔 사무총장 임명 권고와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 선출 등의 역할을 한다. 유엔의 상징이자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총회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최근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를 우려한 친북 성향 국가들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예상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각종 논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만큼 견제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번 비상임이사국 선출이 윤 대통령이 표방한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성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국정과제에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명시하며 인권과 법치, 핵의 비확산 등 국제 규범과 질서에 기반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첫 해외순방을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7월 유럽의 다자외교 무대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연대를 주장했다. 유엔 총회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꽉 막힌 한일관계의 물꼬를 튼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 다자무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며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한국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며 외교의 무대를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고 국제 사회에 대한 기여 역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미일 외교와 다자 외교를 넘나드는 윤 대통령의 활약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삼각공조가 강화된 한국과 미국 일본이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되는데 주목하고 있다. 현재 안보리는 북한이 국제 제재를 공개적으로 어기고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등 핵 능력을 고도화해도 추가 제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면서 북한을 향한 안보리의 기조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이 안보리 안에서 한목소리를 낼 경우 북한을 감싸는 중국과 러시아는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비상임이사국 선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자유와 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의 실현에 중요한 계기”라며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신한나 기자·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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