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실험실에서는 면역 세포의 기능을 유전자 혹은 단백질 차원에서 조절해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인 김찬혁(47·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초과학인 면역학의 발전과 더불어 진핵세포의 유전자 조작이나 항체공학 같은 응용과학이 함께 발전하면서 새로운 치료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 학·석·박사를 한 뒤 미국 스크립스리서치 박사후연구원과 미국 캘리포니아생물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쳤다.
그가 연구하는 합성면역학은 고등 진핵세포를 다루고 그중 면역 세포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다. 면역 세포 등 생물학적 기능을 목적에 맞게 인공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합성생물학의 한 분야다. 그는 “박사후연구원을 할 때 단백질과 항체공학을 처음 접하고 면역 세포인 T 세포를 조절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프로젝트를 했다”며 “2016년 KAIST에 부임해 항암 면역 치료 관련 연구도 계속했지만 알츠하이머 같은 뇌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이때 퇴행성 뇌 질환이 뇌 염증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신경교세포를 연구하는 정원석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연구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그동안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항체를 이용한 연구가 주를 이뤄온 것에 비해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경로를 활용하기로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몸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경로를 생각하게 됐다. 김 교수는 “최근에 항체 효과가 임상에서 확인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분야가 매우 고무된 것이 사실이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며 “감염이나 암과 같은 질환에서 염증 반응은 이로운 방향으로 작동하겠지만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할 때는 얘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경로에 관여하는 Gas6이라는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변형해 죽은 세포가 아닌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세포와 동물 실험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가 우수하고 염증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데 학계, 신약 업계와 교류할 기회가 많다”며 “제가 만든 약이 시장에 나와서 실제로 환자들에게 쓰이는 것이 궁극적인 연구 목표”라고 포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암 치료제로는 항암 면역 세포 치료제인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치료제가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고형 암에 대해 효과적인 CAR-T 치료제의 돌파구를 찾고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