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2023). 2년 만에 열린 방산 전시회는 180도 달라졌다. 2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군함 소요 부족에 관심이 덜했다.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분쟁이 심화되면서 차분했던 전시회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사우디아라비아·태국 등 20여 개국 해군 당국도 참가해 국내 방산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둘러보고 협력도 논의했다.
이번 전시회는 한화오션의 첫 공식 데뷔전이었다. 지난달 한화그룹에 최종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컨벤션센터 정중앙에 대형 부스를 차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지난해 부회장 승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그룹 차원에서 한화오션에 대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김 부회장은 “거제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한화 가족이 된 한화오션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투자와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 극대화보다 한국 방산 역사를 확대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해군은 3단계에 걸친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울산급 호위함과 동해-포항급 초계함을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한 기술력을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 바로 옆에 대형 전시관을 마련해 군함 기술 경쟁에 참전했다.
한화오션 전시관 근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부스도 마련돼 계열사 간 협력 체계를 강조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울산급 호위함에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복합 센서 마스트와 최신 전투 체계가 탑재된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협력을 통해 우수한 성능 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의 합동 화력함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함동 화력함은 바다 위 미사일 기지라고 불리는 군함이다. 방사청은 올 초 합동 화력함 개념 설계 사업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콘셉트를 최초로 공개했다. KDDX 1번함을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대용량-고출력 통합 전기식 추진 체계 개념을 선보였다. 앞으로 기술 발달에 따른 미래 무기 체계 추가 탑재 및 추후 플랫폼 성능 개량도 쉽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방산 라이벌인 양사는 수상함과 잠수함 수출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한화와 HD현대 관계자들은 전시관에 방문한 해외 군 당국 관계자들을 맞아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진행했다.
HD현대중공업은 우리 군 수상함 외에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상함을 수출하기 위해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우리 군 소요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상당히 가시화되고 있다”며 특수선 사업부는 수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이다.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갈등에 북미·아시아·유럽에서 잠수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조용준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팀장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설계-건조-군수 지원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승조원이 많이 필요 없는 잠수함 설계로 캐나다 군 당국에 적극 세일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외에도 폴란드·필리핀 등에서 소형 및 중대형 잠수함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날 동시에 캐나다 방산 기업인 밥콕과 해상 방위 사업 수행을 위한 기술협력협약(TCA)도 체결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함정 설계, 건조 및 군수 지원 사업에서 밥콕과 협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