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외교 안보 정책의 최상위 문서인 국가안보전략서에 ‘경제 안보’ 확보 방안을 사상 처음 명시했다. 또한 첨단 기술을 노리는 사이버 테러 및 기후변화, 보건 등을 ‘신안보’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책도 강화한다. 이는 안보 위협이 전통적 변수인 국방 문제 등을 넘어 미중 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사태 등과 같은 비전통적 변수로 급격히 확대되는 데 따른 대응이다.
국가안보실은 7일 이 같은 취지의 내용 등을 담은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를 발간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전략서의 서문을 통해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서 국가 안보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침략을 막는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개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선의에 기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추구했던 문재인 정부의 안보 기조에서 첨단 강군과 압도적인 전력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안보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새 전략서에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 관계’를 기술했다. 문재인 정부가 명시한 ‘북한의 붕괴 혹은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사라졌다. 대신 통일에 대해 “국민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여 자유민주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대내외 통일 미래 기반을 조성한다”고 적시했다. 전략서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최우선 안보 위협으로 제시한 뒤 북한이 이를 사용할 경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이를 강력히 응징하고 격퇴한다”고 전략서에 명기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 기조에 외교와 국방, 남북 관계에 이어 ‘경제 안보’와 ‘신안보’를 명시한 지점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통일 예고 등 팽창하는 권위주의 진영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을 반영했다.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공급망 위기가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북한·러시아·몽골 등과 에너지, 산업 인프라, 물류 벨트를 추구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폐기됐다.
특히 정부는 공급망 분화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 유출을 안보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판단했다.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는 3대 기술 안보 관련 법령인 △대외무역법 △산업기술보호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을 재정비한다. 대외무역법에는 전략물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수출 통제, 산업기술보호법에는 핵심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인수합병(M&A)에 대한 통제 권한을 담을 예정이다. 또 외국인 투자 시 안보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외투촉진법에 담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더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주요 신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정부 간 체계적 협력을 위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마련할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