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첫 협업을 시작한다. 이번 협업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성능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2025년 현대차(005380)의 차량에 공급하게 된다.
이번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연합 전선을 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미래차 시대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이자 반도체 분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마련하면서 두 회사 모두 ‘윈-윈’이라는 해석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 나선 JY-정의선의 합작
이번 협력은 두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핵심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급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미래차 시대 대비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래 비전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깊은 관심을 내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80억 달러(약 88조 6700억 원)를 넘어섰다. 2029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하면서 1430억 달러(약 186조 47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의 기능이 고도화하면서 내부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종류도 3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발맞춰 미국·유럽 프리미엄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 프리미엄 프로세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경쟁자들과의 기술 격차를 늘릴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포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해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5월 단독 회동을 한 이래 수차례 만나면서 미래차 분야의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차량용 반도체 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아이오닉5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한 데 이어 차기 제네시스 모델에 OLED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협력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우디, 폭스바겐 이어 현대차까지…성능 한 층 ‘UP’
삼성전자는 2017년 1월 독일 완성차 업체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2011년에는 폭스바겐에도 칩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전장 시장에 본격 참여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이번 현대차 공급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을 현대차에 공급한 적은 있지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탑재될 차종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공급하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암(Arm)의 최신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 프로세서’로 기존 대비 CPU 성능이 1.7배 향상됐다. 또 고성능·저전력의 LPDDR5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최신 기술 기반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도 탑재해 그래픽 처리 성능을 이전 대비 최대 2배 향상했다. 이를 통해 차량 내에서도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는 등 더욱 실감 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제공하도록 했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최신 연산코어를 적용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도 2.7배 강화됐다. 이를 활용하면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운전자 음성·상태를 감지하고, 주변을 더욱 빠르게 파악해 사용자에게 안전한 주행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차량용 시스템의 안전 기준인 ‘에이실-B’를 지원해 차량 운행 중 발생 가능한 시스템 오작동을 방지한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며 “운전자에게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최첨단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공급을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고객 및 파트너사와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