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등교하던 학생이 트럭에 치인 뒤 이틀 만에 사망한 가운데, 학교 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종암경찰서와 동덕여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쯤 재학 중인 대학생 A(21)씨가 교내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 차에 치였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고, 7일 오후 7시 20분께 사망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재학생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1t 트럭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인문관으로 올라가던 교수와 학생들이 다 피했다”며 “트럭이 돌담벽을 박고 멈췄을 때 A씨가 피를 흘리며 길에 누워 있었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트럭을 몰던 학교 미화원 B(81)씨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의 차량 조사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했지만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와 해당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확인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B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와 관련해 학교 내부에서는 쓰레기 집하장이 언덕 위에 있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학생들의 우려가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회 관계자는 “2017년 이전부터 ‘가파른 언덕에 있는 쓰레기장 위치를 바꿔 달라’, ‘차도와 구분해 인도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고 중앙일보에 설명했다. A씨 사망 사고 이후 본관 앞 기둥에는 ‘학교는 왜 침묵하는가?’ 등 안전불감증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렸다.
동덕여대 측은 “안전 관련 민원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지난해 언덕 한쪽에 계단을 크게 설치하고, 주차 공간을 없애는 등 개선을 해왔지만 상황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안타깝다”고 매체에 전했다.
김미애 동덕여대 총장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다른 장소도 아닌 대학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향후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양씨의 장례가 진행되는 기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본관 앞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