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 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한의사협회가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 원칙과 방안, 일정을 준비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설사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13년 후에야 전문의가 배출되기 때문에 이 공백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
응급 의료 붕괴, 소아청소년과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 안건을 논의했다. 양측은 여전히 각각 ‘정원 확대’ ‘처우 개선’을 강조하며 맞섰다. 다만 의협이 정원이 확대되면 정부도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정원 확대를 위한 ‘의정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복지부와 의협은 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0 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논의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고 의사 인력의 확대가 뒤따라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올해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10여 차례 협의를 진행하면서 의협에 의료계 내부 논의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답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논의는 여전히 의료계 내부에서 금기시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의체 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의협이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인 원칙과 방안, 일정을 준비해 줄 것을 제안한다"며 "정부는 6월 중 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증원 논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다 의료계의 반발에 철회했다. 당시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가 안정되는 대로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의협 측 참석자인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만이 유일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설사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13년 후에야 정리가 된다”며 "공백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에 의대 정원이 증원된다고 해도 6~7년 후에 전공 과를 선택하게 된다”며 "의대 정원 증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대생과 인턴들이 필수의료과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피하지 않는다"며 "기존 건강보험 틀에서 해결하려 들기보다 정부·지자체·국회에서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