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말맛 살린 한국적 풍자…보는 재미·듣는 재미 한번에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프레스콜

주인공 안토니오 '조합 리더'로

48명 출연…관객도 노래에 동조

캐릭터별 다양한 의상들도 눈길

'베니스의 상인들'에서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생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장'베니스의 상인들'에서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생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장




'베니스의 상인들'에서 바사니오가 포샤와 결혼하기 위해 보석 상자를 고르는 시험을 보고있다. 사진 제공=국립극장'베니스의 상인들'에서 바사니오가 포샤와 결혼하기 위해 보석 상자를 고르는 시험을 보고있다. 사진 제공=국립극장


'베니스의 상인들'에서 안토니오가 상인들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장'베니스의 상인들'에서 안토니오가 상인들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장


“귀신도 부릴 수 있는 돈, 지옥문도 여는 돈”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이 창과 만났다. 현대적 이야기에 한국적인 대사를 얹어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창의 시원한 소리를 통해 풍자의 효과는 커졌다.



국립창극단은 지난 7일 신작 ‘베니스의상인들’의 주요 장면을 프레스콜로 공개했다. 작품은 고전인 베니스의 상인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젊은 상인 안토니오가 유대인 출신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담보로 1파운드의 살을 맡기고 돈을 빌리면서 벌어진 재판과 친구 바사니오·포샤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관련기사



국립창극단은 이같은 원작을 현대에 맞게 각색했다. 안토니오를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샤일록을 대자본가로 설정했다. 창극 제목도 ‘상인들’의 복수형으로 바꿨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적인 연대에 극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 공연에 국립창극단의 전 단원을 포함, 총 48명이 출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연 내내 소리로 풀어낸 공동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재판에서 이기고 바사니오·포샤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상인 조합원들이 “다시 배가 나아간다 얼씨구나 절씨구나” 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소리를 들으며 조합과 하나 돼 응원하게 된다.

창을 통해 전달되는 풍자 효과도 공연의 재미를 더하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작창곡들을 듣다보면 말맛을 살린 대사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극 중에서 바사니오의 청혼 자금을 위해 돈을 빌리러 온 안토니오에게 샤일록은 생살 1파운드를 담보로 요구한다. 이에 안토니오는 “돈밖에 모르는 천하의 도둑놈”이라며 분개한다. 공연 말미 샤일록은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망했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돈으로 살 수 있을 때 다시 태어나서 만세 영광 누리리라”라고 노래한다. 포샤에게 구혼하기 위해 떠나는 바사니오에게 안토니오가 “연애 사업이라도 성공해”라며 격려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 국립창극단은 보는 재미, 듣는 재미에도 주력했다. 소리꾼 한승석이 작창한 소리에 작곡가 원일, 재즈 드러머 한웅원 음악감독이 전자기타와 신시사이저, 마림바 등의 악기를 얹었다. 역대 창극단 작품 중 가장 많은 62개 곡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캐릭터별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의상 역시 파랑, 노랑 등 형형색색 화려하다. 이탈리아 레이스, 자수에 한국 전통의 질감, 재료 등을 더해 제작됐다. 이성열 연출은 “서양과 한국이 어우러진 다국적 작품”이라며 “보는 데서, 듣는 데서 다국적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1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