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과제는 인공일반지능(AGI) 이후로 나아가는 것이다."(그레그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9일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그레그 브로크만 오픈AI 공동창업자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초청으로 방한해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K스타트업 미트 오픈AI(K-Startups meet OpenAI)’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픈AI는 창업 당시부터 AGI가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하는 것을 자신들의 임무로 정했는데 이런 그들의 생각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AGI는 인간이 하는 모든 지적인 작업을 해내는 AI를 말한다. 오픈AI는 줄곧 AGI를 목표로 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우려도 전해왔다. 올트먼 CEO는 지난 2월 2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AGI는 오용, 심각한 사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면서도 “AGI의 장점이 아주 큰 만큼 사회가 AGI의 개발을 영원히 중단하는 건 가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AI 연구자들 다수는 십수년 내 AGI 실현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현재 기술 단계에서 AI는 대규모 데이터와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요청한 작업을 수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AGI는 언어를 넘어 이미지·음성·영상 등 데이터를 인간에 가까운 지능으로 구현해내야 한다. 하지만 챗GPT나 바둑 기사 ‘알파고' 등도 학습을 통해 한 분야에만 특화됐을 뿐이다.
박은정 업스테이지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4에 대해 “온라인에 정보가 없는 질문이나 특정 연산을 통해 정보를 소화해야 하는 추론형 질문은 답할 수 없다”며 “이와 달리 사람은 어떠한 질문을 하면 그에 맞는 정보를 찾아 목록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한 AI 개발자도 “챗GPT가 질문에 답을 하는 걸 보면 자의식이 있는 AI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착시다”고 말했다.
다만 챗GPT가 놀라운 성능을 보이며 AGI 상용화가 앞당겨졌다는 분위기는 강해졌다. 박 CSO는 “GPT-4가 AGI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머나먼 미래였던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연구진들은 지난 4월 ‘AGI의 불꽃’이라는 논문에서 GPT-4를 초기 버전의 AGI라고 주장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수년 내 AGI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도 지난달 31일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개최한 생성 AI 컨퍼런스에서 “오픈AI가 생각하듯 저 역시 일부 AI 모델이 추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추론 단계까지는 아직 아니라고 하지만 AGI가 수년 내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GPT-4의 우수성에 오픈AI의 차세대 AI 언어 모델 GPT-5에 관심이 쏠린다. 올트먼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오픈AI는 AI 기술의 세대를 넘어갈 때마다 여러 과학적 연구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왔다”며 “알고리즘이나 기능 측면에서도 새 요소가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GPT-5를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준이 필요하고 이를 충족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GPT-5 개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그는 “2030년이 되건 그 이후가 되건 AI는 굉장히 놀라운 진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암 치료 등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 발전이 인간을 넘보는 AGI를 향해 가는 만큼 새로운 기술 습득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알트만 CEO는 다음 세대가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과거보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바뀌고 이에 따라 새로운 것에 남들보다 서둘러 적응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이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의 박상길 저자는 “결국 챗GPT와 GPT-4도 인간의 손으로 만든 공학”이라며 “AI가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