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가 갖고 있는 역할이 있고 경쟁하면서 협업이 되면 좋은데, 후발 주자니까 선발 주자를 따라잡고 능가하려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논쟁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과 노력을 집중시키려면 구심점이 될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연홍(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위한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을 역임한 보건 산업 분야 정책통이다. 업계에서는 노 회장이 정부와 산업계 간 충실한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혁신위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숙원 사업이다. 연구개발(R&D) 등 각종 지원책이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통합 운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는 현재 총리실 산하에 혁신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민간에서 공동위원장을 담당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노 회장은 “각 부처의 고유한 기능을 살리고 지나치게 경쟁적인 부분은 위원회에서 조정한다면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위 구성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K-SPACE 플랫폼’에 제약·바이오 업계의 작용 기전, 성분, 분류 기준 등 후보 물질에 관한 정보를 올리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K-SPACE 플랫폼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활발히 오픈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신약 후보 물질이 1900개로 3년 전 대비 3배가량 급증한 만큼 새 기술이 필요한 제약사와 매칭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협회는 2020년부터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킴코)’을 꾸려 공동 개발 및 투자를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의 장을 마련했다. 59개의 제약사가 참여했으며 내부에 운영위원회를 둬 심의를 거친 뒤 투자 등의 여부를 결정한다. 우수한 파이프라인, 기술과 자산을 선별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바이오 생태계의 성장 발판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노 회장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짜 옥석을 구분하기 위해 협회가 제대로 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협회가 여러 지원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평가되지만 향후 반도체 산업을 넘어설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요성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는 끝날 수 있지만 미지의 감염병은 반드시 더 빠른 주기로 찾아올 것”이라며 “정부가 제약·바이오 분야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앞으로 반도체 분야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