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자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를 미국의 허가를 받아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이란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도 해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외무부 고위 관리는 “이란 자금 27억 6000만 달러(약 3조 5000억 원)를 미국의 허가를 받아 동결 해제했다”고 말했다. 이 돈은 이라크가 이란으로부터 가스와 전기를 수입했지만 미국의 제재로 이란에 지불하지 못한 대금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지역 외교장관회의에서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합의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라크 상공회의소의 야히아 알에스하그 회장도 “이라크 내 이란 자금에 대한 동결이 해제됐다”며 “이는 양국의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는 하루 5500만~6000만㎥의 가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이라크는 다른 나라로부터 가스를 들여오지 못하고 이란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 의존해왔다. 미국의 제재로 이라크는 이란에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으며 이에 이란은 이라크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주기적으로 끊기도 했다. 그동안 이라크가 미국 제재를 이유로 이란에 체납한 돈은 11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동결 자금 해제 조치는 서방과 이란 간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독일 등 6개국은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이후 2021년부터 핵 합의 복원 회담이 시작됐지만 교착 상태를 보이다 최근에는 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 관료들이 지난달 오만에서 간접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기회에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도 해결될지 이목이 쏠린다. 현지 ISNA통신은 이달 8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 이라크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이 조만간 이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에는 70억 달러가량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묶여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 핵 합의 탈퇴 이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된 것으로 한·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우리 기업의 이란 진출에 단초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이란에서는 한국산 가전제품·자동차 선호도가 높았다. 가전제품 시장에서는 삼성·LG가 70%대의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시작과 함께 이란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2021년에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을 차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