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남 논산시의 한 수박 농장. 70일간의 기다림 끝에 다음 주 수확을 앞둔 수박들이 초록 잎사귀 사이로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생산·유통을 맡은 '수박 감별사'가 여러 수박을 손바닥으로 두드려보더니 하나를 골라 반으로 자르자 쩍하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속살이 드러났다. 단내가 진동했지만, 감별사는 "못 파는 수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당도가 초고당도로 분류되는 12브릭스에 살짝 못 미치는 11브릭스였기 때문이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대형마트의 수박 판매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수박은 배송 과정에서 깨지기 쉬운 탓에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커 여름철 대표 미끼 상품으로 꼽힌다. 밤낮 일교차가 큰 이상기온과 고물가가 겹치며 올해 수박값 역시 높게 형성돼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은 유통 구조를 줄여 가격 거품을 빼고, 품종을 다변화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수박(상품) 한 개의 평균 가격은 2만 1015원으로 평년의 1만 7499원보다 20%가량 비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6월 수박 가격은 1만 7000원대였지만, 지난해부터 2만 원대로 올라섰다. 모종 이식이 시작되는 3~4월 기온이 낮고, 잦은 비가 내리며 출하량이 감소한데다 인력 부족으로 재배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다. 여기에 수입 과일 인기에 밀려 ‘여름 과일의 왕’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킴스클럽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수박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올해 직접 수박 농사를 짓기로 했다. 농업법인회사인 '맛누리'를 통해 농지를 사들인 뒤 농민들과 계약을 맺고 수박을 키워 산지에서 매장으로 직송하는 방식이다. 지역 단위 농협 등 도매상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박 한 통(7~8㎏) 가격은 1만 5000원으로 시중 대비 저렴하다. 올 시즌에 수박을 한 번이라도 재배했던 이모작 땅은 사들이지 않는 등 토양의 질도 고려 대상이다. 초고당도로 분류되는 12브릭스 이하 수박은 과감하게 판매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를 위해 20년간 수박 생산업에 종사한 임선기 싱싱팜랜드 대표와 손을 잡았다. 임 대표는 손만으로 속이 갈라진 박수박 등 비품(非品)을 골라내 업계에서 일명 '수박의 달인'으로 통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손 선별과 기계 측정을 동시에 활용해 평균 20%인 비품률을 3% 이내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수박 검수 단계를 기존 4단계에서 7단계로 강화했다. 산지에서 상품기획자(MD)가 재배 일지를 관리하고, 선별장을 떠나 물류센터에 입고된 수박을 대상으로 추가 검수를 진행해 보증된 고품질 수박만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판매 가능 당도 기준도 10브릭스에서 11브릭스로 상향했다. 이마트는 오는 7월 장마철을 대비해 온도와 습도 조절로 수박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CA(Controlled Atmosphere·기체제어) 저장고 공간을 전년 대비 30% 추가로 확보했다. 특히 1~2인 가구가 증가하는데 주목해 조각 수박과 5㎏ 미만의 소형 품종인 ‘까망애플수박’의 물량을 각각 30%, 40% 확대했다. 이밖에 홈플러스는 고객 불만족 시 100% 환불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