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月 70만원→5000만원 만드는 청년도약계좌 논란, 이유는?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청년도약계좌'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금리 조건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금융상품의 도입 취지대로 5년간 5000만원의 목돈을 모으려면 금리가 6% 정도 돼야 하는데, 각 은행이 제시한 카드 사용실적 등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6%의 금리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현재 대표 예·적금 금리가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당수 가입자가 5%대 고정금리(3년간)를 받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금리까지 떨어지면 가입자 규모에 따라 각 은행이 수천억 원씩, 은행권 전체로는 수조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최소한의 조건조차 걸지 않고 모든 가입자에게 6% 금리를 보장하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라고 주장한다.

청년도약계좌는 '젊은 세대에 목돈을 마련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되는 정책형 금융상품으로, 5년간 매달 70만원 한도로 적금하면 지원금(월 최대 2만4천원) 등을 더해 최대 5000만원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입 자격은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이면서 동시에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19∼34세 청년이다.

앞서 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11개 은행은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은행별로 책정한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공시했다. 다만 아직 금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출시 전까지 조정 가능성이 남아있다.

예고 공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취급 은행들의 기본금리(3년 고정)는 3.5∼4.5%였고, 소득 조건(총급여 2400만원 이하·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에 따른 우대금리는 0.5%로 은행 간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사실상 가입자는 어느 은행에서나 기본적으로 4.00∼5.00% 금리를 기대할 수 있고, 6% 금리를 받을 수 있는지는 결국 각 은행이 자체 조건을 달아 제시한 우대금리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5대 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은행은 우대금리를 최고 2.00%로 책정했다. 우대금리를 다 받을 경우 5대 은행의 최고 금리는 6.00%(3.50+0.50+2.00%)로 모두 같았다.

11일 연합뉴스가 5대 은행의 청년도약계좌 우대금리 상세 조건을 조사한 결과, 주로 ▲ 급여이체 통장 사용 ▲ 카드 결제 실적 ▲ 마케팅정보 제공 동의 ▲ 만기까지 가입 유지 등의 조건에 항목별로 0.10∼1.00%포인트(p)의 우대금리가 걸렸다.

아울러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당행 예·적금 가입 이력이 없는 가입자에게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직전 1년간 신한은행 정기예금·정기적금·주택청약이 없는 가입자에 연 0.8%p를 얹어 준다.



'첫 거래'를 우대함으로써 청년도약계좌를 계기로 젊은 층 신규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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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KB청년희망적금을 들고 만기 해지한 기존 고객에게 0.2%p의 '거래 감사' 우대금리를 책정했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우대금리 조건은 카드 사용 실적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원 이상, 36회 이상(만기 전전월말 기준) 하나카드(신용·체크카드) 결제(하나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이 있으면 연 0.6%p의 우대금리를 준다. 하나카드로 3년간 최소 1천80만원(30만원×36)을 써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도 월 30만원이상, 청년도약계좌 가입 기간의 2분의 1 이상 우리카드 결제(우리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을 보유한 가입자에게 연 1.00%p의 우대금리를 약속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한 달부터 만기 전전월까지 카드 실적이 월평균 20만원 이상이면 금리를 연 0.50%p 높여준다.

신한은행의 경우 0.50%p의 우대금리애 '신한카드 결제 실적 30개월 이상' 조건을 붙였지만, 최소 결제액은 설정하지 않았다.

'최대 5천만원 모으는 적금의 우대금리에 1000만원 이상의 카드 사용 조건을 꼭 걸어야 하나' 등의 지적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청년도약계좌의 우대금리 조건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이라도 일상적 금융 생활만으로 어렵지 않게 충족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비슷한 정책형 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이나 현재 판매 중인 직장인 대상 적금의 우대금리 조건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안에서도 은행권이 예고한 우대금리 조건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자, 은행들은 당황하면서도 "청년층 자산 형성을 지원하자는 정부의 취지에 호응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체로 3%대 후반∼4%대 초반, 예·적금 금리는 3∼4% 수준"이라며 "하지만 8일 예고된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5.5∼6.5%로 대출금리보다 높아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더구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고점에 이르러 머지않아 금리 하락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청년도약계좌는 3년간 고정금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향후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내부 추정 결과 손실액은 청년도약계좌 취급 규모와 금리 인하 시점 등에 따라 은행별로 많게는 수천억 원, 전체 은행권으로는 수조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청년도약계좌의 금리가 6∼6.5%로 5년여간 계속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한 계좌당 최대 200여만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2월 시행된 청년희망적금에 따른 누적 손실이 큰데, 1년 만에 다시 고금리 정책금융상품이 출시돼 곤혹스럽고 부담스럽다"며 "더구나 3년간 고정금리라서 시중은행들이 금리변동 리스크(위험)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는 우대금리 역시 이런 손실을 감수하는 입장에서 신규 고객, 장기 충성 고객, 젊은 잠재 고객 확보 효과라도 거두기 위해 제시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게 은행권의 항변이다.

6%가 훌쩍 넘는 금리를 내놓은 기업은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청년도약계좌 최고 금리는 기본금리와 소득·은행별 우대금리를 더해 6.50%(4.50+0.50+1.50)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히 가입자가 한 은행으로 쏠리면 관련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위험이 있다"며 "기업은행의 경우 정책은행이라 총대를 멘 것 같은데, 만약 예상대로 금리 높은 기업은행에 몰릴 경우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정부는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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