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MZ에게 외면받는 ‘北 영업1부’ 민주노총?

이재용 에디터

민노총 조직내 간첩 적발에도 사과없어

정치·이념투쟁 거리 두는 MZ세대에

북한은 더 이상 동경·선망 대상 아냐

종북 노동운동 머지않아 종말 맞을것





최근 검찰이 발표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의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경찰은 지난달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A 씨,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 씨,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 씨, 전 모 연맹 조직부장 D 씨 등 4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합법적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하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과 민주노총은 철저하게 수직적인 관계였다. 북한과 간첩들이 주고받은 대북통신문에서 기업에 빗대 각 조직을 지칭한 암호를 보면 권력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총회장님’,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린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 A·B·C 씨 등이 속한 지하조직은 ‘지사’, 민주노총은 ‘영업1부’로 각각 불렸다. 민주노총을 국내 간첩단(지사)의 지도를 받는 조직이라는 의미에서 ‘영업1부’라고 칭한 게 눈에 띈다.



이번에 적발된 간첩들은 민주노총의 전·현직 핵심 간부들이다. 북한 공작원과 20년 넘게 접선·교류해온 ‘지사장’ A 씨는 민주노총에서 조직실장·기획국장·교육국장·조직쟁의국장 등 요직을 거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영업1부(민주노총) 인사권을 가진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지사장의 추천이면 모두 받아들여 인사에 반영한다”고 북한에 보고했을 정도다. ‘지사 2팀장’인 C 씨는 현대차·기아 노조 등이 소속된 민주노총의 주력인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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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들 간첩에게 친북 성향 자주파(민족해방계·NL)의 민주노총 집행부 장악, 친북 정서와 반미·반일 감정 조장, 반정부 투쟁, 군사정보 등 국가 기밀 탐지 등의 지령을 내렸다. 민주노총이 그간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과 상관없는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줄기차게 주장한 이유가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간첩들이 적발됐는데도 사과나 반성은커녕 ‘간첩 조작’ ‘공안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에서 자주파가 최대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반응이다. 북한은 2020년 12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내려보낸 지령문에서 “민주노총 중앙 집행부를 자주세력이 장악하지 못하는 경우 민주노총을 문화교류국의 의도에 맞게 이끌어 나가는 데 커다란 난관이 조성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선거에서는 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인 양경수 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당선됐다.

민주노총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에게 휘둘리고 있음이 분명해졌지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어 보인다. 종북 세력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일 뿐이다. 다수의 국민은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며 김 씨 일가에 대한 숭배를 강요하는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합리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MZ세대 노조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며 정치·이념 투쟁에 몰두하는 민주노총에 거리를 두고 있다. MZ세대 근로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노조 연합체의 한 간부는 올해 2월 “(민주노총은) 효순이·미선이 사건은 얘기하면서 왜 천안함 사건이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직격하기도 했다.

북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은 2021년 3월 간첩들에게 하달한 지령문에서 민주노총 내 청년층의 포섭을 지시하며 “20~30대 젊은층들은 계급의식·단결의식이 부족하고 정치투쟁보다는 일자리, 임금 인상과 같은 생존권 해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들의 연령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이들이 청년이었을 때 국내 운동권에서는 종북 주사파가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노동운동의 세대교체를 이끌 MZ세대에게 북한은 더 이상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의 대남 공작 부서와 국내 간첩들에게는 안타까운 얘기겠지만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노동운동의 종말이 머지않았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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