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내 벤처 업계의 돈줄도 마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스타트업 신규 투자액은 8815억 원에 그쳐 지난해 동기의 2조 2214억 원보다 60.3%나 급감했다. 전통적으로 1분기가 벤처 투자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벤처 투자 금액은 2021년 7조 6802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6조 7640억 원으로 11.9% 감소하는 등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우리 산업을 이끌어갈 주요 엔진이자 미래의 싹이다. 정부가 벤처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얼어붙은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2021년 대기업의 벤처캐피털(CVC) 설립이 허용됐지만 까다로운 설립 기준, 펀드 조성 시 외부 자금 조달 비중, 해외투자 자산 비중 등 규제 족쇄들이 무더기로 채워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CVC가 조성하는 펀드는 외부 자금 비중이 40%로 제한돼 있다. CVC 펀드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도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로 한정돼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CVC 규제로 인해 최근 투자 펀드 조성이 무산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대기업 지주회사 소속 CVC가 외부 투자자와 50 대 50 지분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공동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외부 자금 출자 한도 최대 40%’ 규제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고 한다.
주요국 가운데 대기업 벤처캐피털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유럽 등은 CVC 설립 방식과 펀드 조성에 특별한 규제가 없어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도 벤처 투자 촉진이라는 CVC 허용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규제 족쇄를 풀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특히 외부 자금 출자를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로 못 박을 게 아니라 크게 높이거나 아예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해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점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