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그룹 방탄소년단이 13일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이 이뤄낸 성취는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탄생한 이래 가장 찬란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팝 사상 최초, 최고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지난 10년 간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방탄소년단 이후 케이팝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2회의 기획을 통해 짚어본다.
방탄소년단(BTS)은 한 그룹이나 기획사가 아닌, 케이팝(K-POP) 자체의 변곡점이다. 그들은 국내와 아시아권에 머물러있던 케이팝의 무대를 전세계로 확장했고, 서브 컬처가 아닌 주류 문화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이름 그대로 ‘중소돌의 기적’이었다.
덕분에 BTS 이후의 케이팝 가수들은 더 이상 ‘국내 1위’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데뷔와 직후 해외 활동을 활발히 벌이며 빌보드 1위를 꿈꾼다. BTS 10주년, 케이팝의 위상은 얼마나 달라졌고 어디로 가야할까. BTS가 지난 13일 발표한 10주년 기념 싱글 앨범의 제목처럼, BTS 그리고 케이팝의 ‘테이크 투(Take two : 두 번째 챕터)’를 그려보고자 한다.
◇BTS 이어 피프티피프티 나왔다 = BTS 이후 빌보드에 높은 순위로 차트인 하는 케이팝이 부쩍 늘었다.특히 빌보드 '핫 100'차트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참고로 빌보드 핫100은 빌보드의 ‘인기 척도’로 불린다. ‘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실적 등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비해 핫100은 한 주간의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블랙핑크의 '핑크 베놈(Pink Venom)'은 22위, 뉴진스의 'OMG'는 74위, 트와이스의 '문라잇 선라이즈(MOONLIGHT SUNRISE)'는 84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14일 기준으로는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23위에 랭크돼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2월 곡 '큐피드'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00위로 진입해 17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빌보드가 13일 발표한 차트 기준으로 12주 연속 차트인을 하고 있다. 이는 케이팝 걸그룹 최장 기록이다. 데뷔한지 갓 4개월, 발매곡이 5곡 밖에 없는 중소 기획사 신인 걸그룹의 기록이라 보기 어려운 성취다. 대중적이면서도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에 더해 '틱톡' 등 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입소문을 탔다는 평가다. 피프티피프티의 기록은 이제 케이팝이 더 이상 팬덤에 의해 움직이는 마이너한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을 당시 '일부 팬덤이 움직인 결과가 아니냐. 대중적 인기와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편견을 다 뛰어넘지 않았나.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저변이 넓어지며 팬덤의 폭도 넓어지고 두터워졌다"고 진단했다.
조혜림 프리즘 콘텐츠기획자는 “방탄소년단은 아이돌이 국가적 산업이 될 수있다는걸 보여준 사례이자, 소수의 문화가 대중적으로 발전한 하나의 비가역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BTS 복붙해도 BTS 안나온다...“개성돌 키워내야” = 소속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아티스트 관리는 케이팝 시장만이 갖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덕분에 '칼군무', '팀워크' 등의 수식어는 케이팝의 전유물이 됐다. 통일감에 기반한 퍼포밍을 사랑하는 팬덤이 생겨났다. BTS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도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무기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글로벌 팬덤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공감대'다. 기존 케이팝 시스템은 외부에서 음악을 작곡하고 작사해서 가져오면 그걸 그룹에 맞게 최적화해서 퍼포밍하는 형태다. 이것 자체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으나, 글로벌하게 공감대를 가져가기엔 쉽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평했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적인 시스템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글로벌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데 있다. 외부 콘셉트를 최적화하는 '퍼포머'가 아닌, 내면의 이야기로 소통하는 '아티스트'형 아이돌로 성장했다는 게 가장 큰 비결이다. 결국 연습생 생활, 트레이닝, 합숙, 소속사의 관리 등을 거쳐 아이돌로 시작을 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담으며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돌은 '퍼포머'지만, 아티스트는 자기 음악에 생각을 담는 사람이다. 방탄소년단을 그걸 시도했다”며 "아이돌이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로 회사에서 정한 콘셉트를 따르는 기존의 아이돌 구조에서 탈피해 아이돌이 좀 더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방탄소년단 같은 개성 넘치는 그룹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BTS를 ‘복붙’해도 BTS처럼 성공할 수는 없단 얘기다. ‘포스트 BTS’를 찾겠다는 강박관념으론 고유의 개성을 간직한 새로운 스타를 발굴 할 수 없다.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개성을 추구할 때 비로소 차세대 케이팝 주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끝이 아닌 시작” 방탄과 함께할 케이팝의 ‘테이크 투(Take two)’ = BTS는 현재 단체 활동 공백기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진과 올해 4월 제이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입대한 뒤 약 3년간 개별 활동에 몰두하고 2025년 완전체 활동 재개가 예상된다. 비록 완전체 BTS를 볼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 3년의 기간이 BTS와 케이팝이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조 기획자는 "방탄소년단은 현재 개별 멤버들이 지닌 방향성과 개성이 묻어난 솔로 활동을 통해 본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사랑하고 증명하는 계기를 갖고 있다"며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테이크 투'는 방탄소년단이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과 챕터 2를 제시하는 곡"이라고 내다봤다.
BTS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팬덤 아미(ARMY)에게 “오래 함께하자”는 바람을 표현했다. 지난 11일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에 슈가는 "10년간 함께해 준 아미 여러분 정말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다. 참 많은 트윗들을 했었다. 우리 함께 방탄노년단까지 가봅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민은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하다. 많은 걸 같이 느끼고 같이 추억하니 외롭지가 않는다. 여러분한테 저희도 늘 그런 존재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진과 제이홉의 메시지도 공개됐다. 진은 "10년이고 100년이고 항상 함께 하자. 아미가 있어 제 인생이 참 행복하다"라고 적으며 아미와의 앞날을 약속했다.
물론 케이팝의 앞날이 마냥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특히 영미권 시장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은 BTS조차 완전히 타파하지 못했다. BTS는 3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수상은 불발이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더불어 3대 음악 시상식 중 가장 오래된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 업계 관계자들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정하기에 아티스트들에겐 꿈의 시상식으로 불린다. 그러나 주로 영어권 가수들에게 상을 안겨줘 해마다 인종 차별 논란을 겪고 있다. 음악 산업의 핵심 중의 핵심에선 여전이 케이팝을 향한 배척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전 세계는 이미 BTS가 꾸준히 노래해 온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에 스며든 지 오래라는 것을. 케이팝의 도전이 멈추지만 않는다면, 차별과 편견의 벽은 분명 허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