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전통시장 와달라 애원하더니'…7만원 과자→4만원 바베큐 "안 가요" [이슈, 풀어주리]

재래시장 '바가지 요금' 비난 폭주

'7만원 과자' 영양군 '대국민사과'

'일부 상인' 문제, 지역 전체 '낙인'

"지자체가 적극 나서 해결 도와야"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카드결제 싫어하고, 현금 영수증 안해주고. 불친절한데 바가지까지 씌우네요. 도대체 왜 가야 하나요?"

지역 축제 바가지 상술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이 전통시장과 재래시장에까지 번졌다.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상인들을 향한 비난은 해당 상품이 판매된 주최와 지자체를 향한 질타를 넘어 재래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과 비판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전통과자 1봉지에 7만원…소비자들, 제대로 ‘뿔났다’


사진=KBS 2TV 방송 화면 캡처사진=KBS 2TV 방송 화면 캡처


최근 경북 영양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옛날과자 1.5㎏ 한 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는 장면이 지상파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영양군은 이후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군은 "영양군이 축제를 개최하면서 이동상인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이동상인도 축제의 일부이고 따라서 축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영양군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원도 속초 중앙시장의 한 횟집에서 6만원어치 회를 구입했다며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포장해온 회 사진을 올리며 양이 지나치게 적다고 폭로했다. 이후 횟집을 향한 온라인상 규탄이 커지면서 사안은 기사를 통해 각종 언론사에까지 소개됐고 속초 중앙시장 상인회는 해당 횟집에 3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른바 '바가지 상술'이 폭로 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3월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에 이어 5월 전북 남원 춘향제와 전남 함평 나비축제 등에서 양도 적고 부실한 '통돼지바베큐'가 4만원~5만원의 고가에 판매된다는 점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바탕 비난 여론이 일었던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자정하겠다"…무릎 꿇은 상인들, 소비자들은 '그래도 안 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인회와 각 지자체들은 '바가지 근절'을 내세우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지난달 '꽃게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한 네티즌의 주장이 화제가 되면서 소래포구 전체를 향한 비난 여론이 일자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 인천수협 소래어촌계, 소래영남어시장 등 단체에 가입된 상인 100여명은 지난 14일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앞에서 소래포구 이미지 개선을 위한 자정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객 신뢰 회복', '안전관리 철벽', '위생 청결 준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장 곳곳을 돌면서 이제는 시장이 변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상인들은 신뢰 회복을 약속하면서 절을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은 수도권 최대 규모 어시장으로 매년 인파가 몰리는 인기 방문지이지만,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상술이나 지나친 호객행위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소래포구에서 '꽃게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한 네티즌의 주장이 화제가 되면서 공분이 커지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소래포구에서 싱싱한 활꽃게를 구매했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광양시의 경우 제22회 매화 축제에서 합동점검 형태로 바가지요금 근절, 가격표 미표시 및 표시 요금 초과 징수 행위 등을 단속했고, 민원상황실을 운영해 부당요금 신고를 받았다. 순천시는 지난 4월 정원박람회 기간 숙박요금표 게시 및 게시 요금 준수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등 집중 단속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불쾌해서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여주기식 행정에 더욱 화가 난다", "바가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주차, 화장실, 불친절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찾을 일이 없을 것"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번 찾은 재래시장 바가지, 지역 전체 ‘낙인’ 찍는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바가지 요금은 일부 상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파급력은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막대하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 누구나 특정 관광지의 정보를 소상히 알 수 있는 지금은 소수 상인이 물을 흐리는 것만으로도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셈이다. 매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관광지 바가지 요금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지방 경제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을 막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지방 행사나 축제가 지자체 예산, 즉 그 지역 납세자들이 낸 돈의 지원을 받는다”라며 “지역 주민이 조성한 인프라가 일부 상인이나 훼방꾼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일부 상인이 과도한 서비스 가격을 요구하지는 않는지 관리할 의무와 권리가 어느 정도 있다”라며 “지속 가능한 지방 행사와 지역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 인력만으로 전체 행사장이나 축제를 관리할 수 없다면 행사 참여자 신고제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며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상인을 소비자가 신고하는 제도나, 혹은 이와 유사한 민원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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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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