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을 하루 앞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고 “상호 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 관계와 한중·미중 관계, 북한 문제, 주요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에 관해 협의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번 통화는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한미 외교장관이 별도로 회담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이번 통화에서는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 발언 논란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문제 및 한국의 대응 기조 등에 대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장관은 통화에서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자 하는 미국 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중 관계에 관한 한국 측 입장을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조만간 있을 중국 방문 결과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한국 측과 상세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한중 우호 관계 발전은 상호 존중에 입각해야 한다는 원칙 속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에 호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는 동시에 북한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편 우리 외교 당국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미중 긴장이 완화되면 대한민국의 대중 외교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이 최소한 미중 간 오판에 따른 충돌 격화를 막고 갈등 악화를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