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돈풀기에 맥못추는 엔화…추가 하락 가능성

■엔화 8년만에 장중 900원 붕괴

단기적으로 890원 테스트 할 듯

3분기 이후 엔화가치 상승 관측도

엔저 지속땐 경상수지 악화 우려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장중 900원 아래로 떨어질 만큼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최근 국내 경기회복 조짐에도 확실한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2.7%)이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가운데 근원 물가도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자칫 섣불리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경기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 BOJ의 판단이다.

16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취임 이후 두 번째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지금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19일 달러당 141.98엔까지 상승했다. 엔·유로 환율도 155.32엔까지 치솟으며 유로 대비 엔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BOJ는 여전히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높지 않은 데다 글로벌 경기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완화 기조가 좀처럼 긴축으로 돌아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유럽 등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여전히 돈줄을 죄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14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5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0.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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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의 상대적 강세도 원·엔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반도체 경기회복 전망과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에 힘입어 외국인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지난 두 달 가까이 1300원대 박스권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70~1280원대까지 떨어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주식 랠리 속에 외국인들이 한국 반도체 주식을 사들이면서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외환 당국이 달러당 145엔까지는 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는 BOJ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반면 연준이 연말 점도표를 높이며 추가 긴축 경계가 고조된 영향”이라며 “3분기까지 엔화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100엔당 890원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반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 격차 축소와 일본의 무역적자 폭 개선 등에 따라 엔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BOJ가 물가와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내놓는 다음 달 28일이 엔화 가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OJ가 성장 전망치를 높이는 대신 국채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긴축에 나설 경우 엔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엔저 국면이 계속될 경우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저가 장기화하면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에는 분명 악재”며 “일본으로 떠나는 해외여행객들도 늘면서 경상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현상 기자·조지원 기자·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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