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투자 자금이 최근 2년 새 3배 성장했고 환경과 에너지·농식품 등 관련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상용화되고 있다”며 “정보기술(IT)로 무장한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비즈니스 도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이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공동 개최한 ‘제1회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환영사를 통해 “앞으로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시장 조성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 전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금융 당국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재난 위기와 보건 위기가 일상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7%로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20~40% 수준 대비 낮다.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4개 업종 비중도 5.3%로 미국(2.5%), 독일(2.8%) 등 주요국 대비 높다.
이 총재는 “이러한 에너지 구조, 산업 구조로 인해 수출기업들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환경 관련 글로벌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위기를 새로운 성장 발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가 보건 위기를 일으켰으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앤텍·모더나 등 기업에는 비약적인 성장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서도 전력 사용 절감을 위한 빅데이터 제공 업체인 미국의 오파워, 이산화탄소를 고체 탄소로 바꿔 판매하는 스위스의 클라임웍스, 자원 순환 플랫폼을 만드는 미국의 루비콘 등 글로벌 기후 벤처기업을 예시로 들었다. 기후 벤처기업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중소기업에 대한 녹색금융 지원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았다. 중소기업들이 친환경 공정 전환을 순조롭게 이루지 못하면 수출 공급망으로 연결된 대기업들도 글로벌 환경 관련 규제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중소기업은 신용등급이 낮아 스스로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녹색금융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모아 증권화하고 이 과정에서 녹색금융의 국제적 기준에 맞는 채권을 발행해 중소기업이 녹색금융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는 방식으로 다각적으로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