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생활 안정의 마지막 보루인 노란우산공제가 흔들리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공제금 지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납입금조차 부담스러워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9월 이후에는 코로나19 대출상환 유예가 종료돼 소상공인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노란우산공제에서 지급된 폐업공제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4% 늘어난 5549억 원을 기록했다. 폐업공제금 지급액이 올 4월까지 4539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만에 1010억 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폐업공제금 지급액을 기록했던 지난해의 9862억 원을 넘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공제납입금을 내기 어려워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해약 건수는 2만 7265건으로 지난해 전체인 4만 4295건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이대로 가면 올해 계약 해지가 6만 건에 이를 수도 있다. 폐업한 회원에 대한 공제금과 계약 해지 회원이 증가하는 것은 폐업하거나 납입금을 내지 못하는 소기업자·소상공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노란우산공제는 폐업·사망 또는 노령화 등 소기업자와 소상공인의 공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사업 재기 및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제 제도로 근로자들의 퇴직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2007년 설립 이후 규모를 늘려 지난해 말 기준 21조 4000억 원으로 한국교직원공제회 등과 함께 6대 공제회 중 하나로 성장했다. 전체 가입자는 160만여 명에 달한다.
회원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결국 노란우산공제로 유입되는 월 현금 순유입액은 줄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공제의 월평균 유입액은 23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폐업공제금과 해약 증가로 1800억~2000억 원으로 줄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자금 운용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많게는 현재 월 500억 원의 유입액이 줄고 있고 소상공인 경영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유입액 감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다른 공제회와 달리 디폴트가 발생했을 때 보전해야 한다는 특별법이 없다 보니 태생적으로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이 낮은 상황이라 전체 자산 운용 규모까지 축소되면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