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0일 “HMM 인수 의향을 보인 곳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르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또 자회사인 한국전력의 대규모 손실에 따라 재무 구조가 빠르게 악화한 만큼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관리 기업 매각 진행 상황 등을 소개했다. 그는 HMM 지분 매각과 관련해 “올해 4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조만간 최종 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라며 “매각자문사가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묻고 있는데 관심 있는 후보군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대 주주인 해양진흥공사(19.96%)와 HMM 민영화를 위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 후보로 현대글로비스·포스코 등이 거론됐으나 양사가 모두 인수 의사를 부인하면서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10년 가까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한 KDB생명도 곧 매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떠안게 됐다. 이후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네 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강 회장은 “지난달 75% 무상감자로 자본을 줄이고 산은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전액을 매입해 가용자본 관리도 용이해졌다”면서 “곧 본입찰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자신했다.
산은이 주관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13개국에 기업결합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양대 항공 시장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독점 심화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합병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 중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얻지 못하면 합병은 물 건너간다. 강 회장은 “심사대상국 중 미국과 EU·일본의 결정만 남았다”면서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심사 기한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산은의 손실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산은은 한전 지분 3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분율만큼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산은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올 1분기 13.11%로 2.85%포인트 급락했는데, 이 중 한전 손실에 따른 하락분만 1.95%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산은은 추산했다. 최근 산은의 재무 부실을 키운 악재의 70%가 한전 탓이라는 의미다. 강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BIS 비율 권고치인 13%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정부·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 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의 재무 구조가 한전과 HMM 등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HMM의 주가가 내려 1000억 원 손실을 보면 산은의 BIS 비율이 0.07%포인트 내려간다”면서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HMM 매각 등이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은의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본점 이전 과정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 중 관련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데 은행의 일부 기능만을 이전하는 내용도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